“얼마나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는데….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 억울해, 너무 억울해!”
경북 예천군에서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20)의 빈소가 차려진 20일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채 상병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며 오열했다. 채 상병은 전날 오전 9시 3분경 예천군 석관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실종됐고, 오후 11시 8분경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붙잡고도 “왜 구명조끼를 안 하고 들어갔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이 터지고 뒷수습만 하느냐”며 울분을 토하다 털썩 주저앉았다. 채 상병의 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내를 부축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채 상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간 일한 소방대원의 외아들이다. 채 상병의 부모는 결혼 10년 차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채 상병은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올해 해병대에 입대해 5월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에 배치됐다. 입대 후 첫 월급을 모아 어머니 생일 때 쇠고기를 배송시킬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정부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일계급 추서하는 한편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장례를 해병대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채 상병의 순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유가족분들과 전우를 잃은 해병대 장병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이날 오후 채 상병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또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에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채 상병을 위한 추모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살인 아니냐는 유가족분들의 애끊는 절규와 허망함에 주저앉아 버린 동료 전우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채 상병의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열리며, 유해는 화장을 거쳐 전북 임실군 국립임실호국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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