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피해]
‘오송 참사’ 발생 전후 신고 24건
“도와달라” “문 안열려” 다급한 신고
경찰, 사고 1시간 지나서 ‘코드제로’… 소방, 첫 신고뒤 소형펌프차 1대 배치
“버스 안으로 물이 차고 있습니다. 종아리까지 찼는데 문이 안 열려요!”
15일 오전 8시 39분경 청주흥덕경찰서 오송파출소에는 당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던 버스 내부 상황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신고에 경찰은 “우선 피신하라”고 안내했지만 이미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오송파출소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전후 관련 신고가 총 11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소방본부에는 총 1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이후 1시간 40분, 소방은 50분이 지나서야 본격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구조 당국의 ‘늑장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고 발생 1시간 지나 ‘코드 제로’ 발령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당시 신고자 상당수는 지하차도 내부에 있거나, 내부에 있는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들이었다.
참사 발생 직후인 오전 8시 47분경에도 “차(버스) 안에 10명 정도 있는데 못 내린다. 물이 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8시 57분경에는 “아내가 청주에서 오송으로 오는 길인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어딘지 모른다고 한다”며 한 남성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접수하고 적극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신고도 있었다. 오전 7시 58분경 접수된 미호천교 공사 현장 감리단장의 신고에선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장소를 특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뒤인 오전 9시 54분경에야 최단 시간 내 출동을 의미하는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이미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넘게 지난 뒤였다.
비슷한 시간 119에도 다급한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진희 충북도의원실이 충북소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전 8시 40분경 “지하차도 전체가 침수됐다”, 오전 8시 42분경 “버스 안으로 빗물이 유입된다”, 오전 8시 43분경 “물이 가득 차 탈출이 불가하다” 등의 신고가 이어졌다.
물이 차오른다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한 시민은 오전 8시 51분경 119에 전화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오전 9시 5분경에는 “지하차도가 잠겨 보트가 와야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최초 신고 접수 40분 가량 지난 오전 8시 37분경 구조차와 구급차, 소형펌프차, 탱크차 등 7대를 배치했다. 하지만 배수가 가능한 차량은 소형펌프차 1대뿐이었다. 소방 당국은 침수가 본격화된 오전 8시 45분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추가로 54대의 차량을 투입했다.
● 합동 감식 진행…원인 조사 본격화
20일 오전 10시경 오송 지하차도 현장에선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행정안전부 등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이날 공개된 지하차도 내부 곳곳에는 흙탕물이 차오른 흔적 등 참사 당시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천장에는 강물이 휩쓸고 간 뒤 달라붙은 풀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배수구는 진흙과 흙탕물로 차 있었다.
감식관들은 중앙에 있는 배수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 배수실 안에는 총 4개의 배수펌프가 있는데, 각 펌프는 분당 12t의 물을 빼낼 수 있다. 사고 당시 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한 것이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임시 제방에 대한 합동 감식도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 제방 등) 구조물이 제대로 지어졌는지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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