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고 강원도 대나무 숲에 버린 20대 친모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선처로 풀려났다. 새 남자친구와 혼인했다는 점이 참작 사유 중 하나가 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20일 선고공판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2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양육이 어려웠다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다른 사람에 의해 양육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도 겨울에 (아기를) 방치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친모와 친부의 양육 의지나 능력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 자체가 살인미수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갓 태어난 신생아는 본인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데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이 이런 행동을 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거듭 언급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행인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고 살인미수에 그쳐 다행”이라면서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친부와 결별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생활하던 중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고, 피고인의 어려웠던 사정을 대부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친모로서 보호해야 할 생후 3일밖에 안 된 아이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A 씨는 지난 1월20일 강원도 고성군 한 자전거 둘레길 대나무 숲에 생후 3일 된 아들 B 군을 버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현재 만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강원도에 놀러 갔다가 병원에서 혼자 B 군을 출산했다. 3일 뒤 A 씨는 병원에서 몰래 데리고 나온 아기를 영하 1도의 추위 속에 유기했다.
당일 둘레길을 걷던 한 시민이 아기를 발견했다. 아기는 저체온증 증상을 보여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검거 당시 A 씨는 “전 남자친구의 아이라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당초 A 씨를 영아살해미수죄로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아동에 대한 양육 의지가 없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A 씨를 직접 구속했다.
아울러 ‘분만 직후의 정신적 불안 상태로 인한 범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 씨에게 감경규정인 ‘영아살해미수’가 아닌 ‘일반 살인미수죄’를 적용했다.
B 군의 현재 건강 강태는 양호하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출생신고와 가족관계 등록을 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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