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의 유익한 ‘마이크로바이옴’ 이식해 질병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6일 03시 00분


[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설사-복통 유발 ‘항생제 연관 감염’
분변이식술로 장내 유익균 늘리자 불균형 해소돼 치료율 80% 넘어
대사-정신질환 등 치료 효과 연구

신종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병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에서 대장내시경을 통한 분변이식술(FMT)을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신종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병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에서 대장내시경을 통한 분변이식술(FMT)을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윤정금(가명·71) 씨는 최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항생제 연관 감염)로 잦은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다. 20여 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아 완치된 적이 있던 윤 씨의 이 같은 증상은 치과 치료를 위해 한 달 전 항생제를 복용한 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설사와 복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자 윤 씨는 동네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올해에만 3차례나 장염이 재발하자 윤 씨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신종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약물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윤 씨를 치료하기 위해 ‘분변이식술(FMT)’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분변이식술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장내 세균 불균형으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이식해 건강한 상태로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존재하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 군집을 통칭한다. 인하대병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는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처리한 냉동 상태의 분변을 녹여 대장내시경을 통해 윤 씨에게 주입했다. 센터는 분변이식을 위해 공여 받은 건강한 대변을 생리식염수 등과 섞어 혼합하고 고형물을 제거한 뒤 용액을 모아 이식용 분변을 만든다. 이후 영하 70도로 냉동시켜 보관해두고 있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분변이식을 받은 윤 씨의 치료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수술한 지 2, 3일 만에 윤 씨의 설사 증상과 복통이 사라졌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도 없어졌다. 윤 씨는 현재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하대병원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치료를 위한 350례가 넘는 분변이식이 이뤄졌고 80% 이상 치료율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분변이식은 건강한 대변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몸속에 이식하는 과정으로, 유익한 장내 세균이 증가하고 불균형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어 ‘장 질환’ 등 여러 분야에서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의 치료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인체에는 100조 개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주로 위장관 중 대장에 95% 이상 분포한다. 다양한 질환의 발생에 장이 큰 영향을 준다. 인하대병원은 2020년 경인지역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바이옴센터를 개소하고 분변이식을 통한 다양한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위장관질환뿐 아니라 간질환, 심혈관질환,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 치매, 자폐,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아토피와 탈모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마이크로바이옴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분변이식을 한 결과 신경안정물질 생성과 연관 있는 특정 세균이 풍부한 상태로 교정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아동이 가족과 상호 작용을 하는 등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도 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지식과 효과적인 마이크로바이옴 교정 기술, 더욱 편리하고 발달한 분변이식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질환의 치료와 건강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교수는 “현재 분변이식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에 의한 치료 목적에 한해 승인돼 있고 다른 분야는 연구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분변이식을 통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질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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