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해외 도피생활 중에 자수해 한국으로 돌아온 살인사건 도피범이 29년만에 철창에 갇히게 됐다.
26일 광주지방검찰청(검사장 이수권)은‘1994년 조직폭력배 간 보복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한 뒤, 지난해 3월 귀국한 주범 A 씨(55)를 지난달 28일 살인죄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약 30년 전 서울 강남구 거점 50명 규모 폭력조직 ‘영산파’의 행동대원이었다. 그는 1994년 뉴월드호텔 결혼식에 참석한 신양파(광주 거점) 조직원 등 4명을 칼로 찔러 2명을 살해한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이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영산파 두목, 고문, 행동대장, 행동대원 등 조직원 10명은 대부분 무기징역 내지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았으나, A 씨는 중국으로 밀항했고, 결국 ‘기소중지’ 처분됐다.
오랜 해외 도피생활로 지친 A 씨는 지난해 3월 중국 심양 영사관에 밀항사실을 자진신고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해경에 “2016년 9월경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범행 후 22년이 지나 밀항한 게 된다.
해경은 밀항 이전에 살인사건 공소시효(15년)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A 씨를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광주지검이 전담수사팀 20여명을 꾸려 전면 다시 살펴본 결과 A 씨는 2003년 가을경 중국으로 밀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이면 A 씨가 범죄를 저지른 지 9년이 지난 시점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시효만료를 노려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 줄 알았던 A 씨는 결국 29년만에 구속됐다. 기존 혐의에 밀항단속법위반죄까지 추가됐다.
검찰은 이와함께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또 다른 주범 정동섭(남, 55세, 당시 영산파 행동대장) 역시 범행 후 국외 도피한 사실을 확인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정동섭을 26일 자로 공개수배하며 “조속한 체포를 위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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