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같은 위층의 층간소음… 나도 악마로 변할까 두려워[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6일 15시 21분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층간소음은 고문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고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잠 안재우기, 지속적으로 괴로운 소리 들려주기도 있다고 합니다. 비록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층간소음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지속성입니다. 몇 날 몇 일, 몇 달을 두고 매일 계속 반복되는 게 층간소음의 특징입니다. 항의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신고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채 오래 당하다 보면 정신과 병원에 가서 불면증, 우울증 등의 치료를 받게 되고, 심지어 ‘살의(殺意)’를 느낀다는 피해자 상담 사례도 매우 많습니다. 효율적이면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고문’ 같은 위층 층간소음, 어떤 때는 ‘살의’까지 느껴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입니다. 유방조직 수술을 하신 지 1년이 채 안 된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오빠 때문에 제가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통은 올해 2월 윗집 5층에 새로 이사를 왔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괴로운 소리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이고, 또 하나는 주기적으로 탕! 탕! 탕! 벽에다 망치질하는 듯한 소음입니다. 아파트 관리소에 신고를 하고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접수하고, 경찰을 불러도 아무런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이며, 이러다 정말 살인이 날 것 같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하여 수면 시기를 놓쳐 생활 패턴이 망가져 수면 부족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집에서 편히 쉴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은 이미 편안한 휴식처의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집에 편히 있을 수 없습니다.

소음을 신경 쓰지 않으려 음악을 틀어보고 TV를 틀어보았지만, 여전히 들릴 만큼 큰 소음입니다. 최근 3주간 경비실에 5번 이상을 신고하였습니다.하루에 두 번이나 조용히 해달라고 경비실에 요청도 해보았지만 1시간 정도만 조용히 할 뿐, 이후 소음은 계속됩니다. 개선의 태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취침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새벽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의자 긁히는 소리, 아이들 특유의 고음, 춤추는 소리까지 다 들리며, 부모가 뛰어다니는 소리까지 다 들립니다.

이상한 것 중에 하나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지 알 수 없는, 주기적으로 탕! 탕! 탕! 벽에 망치질하는 듯한 소리입니다. 이 소리의 정체는 알 수가 없습니다.주기적으로 망치질 같기도 하고, 야구공이 발사되는 듯한 탕 탕 소리가 벽으로 다 전달되어 들립니다.

이 소리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계속 규칙적으로 ‘탕,탕,탕,탕’ 나는데, 이 소리가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며 마치 고문을 하는 듯합니다. 이 소리는 특히 밤과 새벽에 심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4~5초 간격으로 ‘탕,탕,탕’ 치는 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멀쩡한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기가 괴롭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평소 생활도 너무나 힘이 듭니다. 사람을 너무 괴롭힙니다. 남에게 피해 안주고 사는게 그리 힘든 건지요. ‘위층 사람들은 저와 저희 가족들을 죽이기로 작정한 악마’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가끔 저도 제가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젠 저도 악마로 변할 것 같은 두려움입니다.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고 싶습니다.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렇게 호소를 해봅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층간소음이 나는 것 분명한데 원인을 도대체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라고 지목된 입주민도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데 왜 우리한테 와서 따지느냐”고 할 때가 있습니다.

입주 후 10년 이상 된 공동주택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 소음원 중의 하나인 급배수 배관에 발생하는 수격현상(워터 해머링)에 의한 소음입니다.

이럴 때는 아파트 공용 급배수 배관의 감압밸브(급배수의 압력을 줄이는 장치) 점검 및 교체, 그리고 세대내 설치를 권해드립니다. 먼저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아파트내 공용 배관의 감압밸브를 검증해볼 것을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교체해달라고 해야합니다.

피해자 집 부엌의 싱크대 하부의 배관에도 감압밸브를 설치할 것을 권합니다. 감압밸브는 공용배관이나 세대내 배관 중 하나만 설치해도 현재 소음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감압밸브 설치와 더불어 피해자 집의 벽에 석고보드를 설치하면 현재 발생하는 아이들 뛰는 충격음, 급배수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석고보드를 설치할 때에는 벽과 석고보드 사이에 일정 공기층을 확보한 상태로 설치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2
  • 화나요
    0

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23-07-26 21:51:43

    층간 소음 문제는 근본적으로 아파트를 허접하게 지어서 그렇다. 건축법 먼저 뜯어 고쳐라. 외국과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벽두께부터 차이가 나는게 사실이다. 뉴욕 맨하탄만 봐도 신축콘도는 물론 지은지 100년이 다되가는 고층건물들도 층간소음문제로 인한 분쟁은 매우 드물고 심지어 위층에 농구장 태니스장이 위치한 경우도 많다.

  • 2023-07-26 16:14:23

    층간소음문제는 솔직히 상대편 말도 들어보지 않고는 한쪽편 못들겠다. 정말 개념없는 윗집도 있지만 소머즈 수준의 청력으로 공동생활이라면 적당히 넘어가야할 생활소음에 발작하는 예민증 환자들도 있지않나.

  • 2023-07-27 15:55:11

    안하무인인 집 위층으로 이사해서 24시간 되갚아주면 어떨까요?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2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