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소추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후위기를 반영한 최근 5년 기준으로 매뉴얼을 전면 개편하는 등 자연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26일 오전 복귀 후 처음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현재 우리나라 재난관리 체계가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자연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과거 10년, 20년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반영한 최근 5년 중심으로 설계 기준, 통제 대피기준 등 각종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매뉴얼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지어진 미호강 임시제방이 붕괴되고 물이 밀려들면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걸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시 전문가들은 “과거 50년, 100년 빈도 강수량을 기준으로 만든 매뉴얼로는 참사가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집중호우 당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늑장 대응과 부절적한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것을 두고선 “연초부터 현장 중심의 재난 대응을 강조했지만 대응 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 간 협업도 제대로 안 됐다”며 “대통령, 총리, 중대본의 지시 사항이 현장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지자체장과 부단체장이 더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회의 직후 직접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둘러본 후 “안전 총책임자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충북도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대한민국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후에는 집중호우와 산사태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봉화군과 영주시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한편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오송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 공동대표 이경구 씨는 “모두가 인재(人災)라고 하는데 참사에 책임 있는 어느 기관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합동분향소 운영 기간 연장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수사 과정 공유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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