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침팬지와 교감하며 환경 지키는 ‘제인 구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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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三伏·초복, 중복, 말복)은 1년 중 가장 무더운 날입니다. 이런 삼복에 더위를 이기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로 국을 끓여 먹던 풍습이 복달임입니다. 우리가 복날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복달임 음식에 속합니다.

침팬지 행동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89·사진)이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구달은 언젠가 한국의 개 식용 문화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이 가진 고유한 식문화는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자신은 육식 그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구달 박사의 이 말은 그가 살아온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934년 영국에서 태어난 구달은 가정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1956년 케냐 여행을 갑니다. 거기서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 침팬지 관찰과 연구를 제안받습니다. 26세이던 1960년, 구달은 탄자니아 곰베 밀림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몇 개월 동안 난폭하고 조심성 많은 침팬지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결과 ‘자신을 믿어준 첫 침팬지’를 만납니다.

구달이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이름 지어준 이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사용해 흰개미를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침팬지 역시 도구를 쓴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겁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촬영하기 시작했고, 미국 타임지는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동물’ 15마리 중 하나에 ‘데이비드’를 넣었습니다. 구달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구달이 침팬지와 교감하면서 진짜로 얻은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한편 구달은 침팬지들의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침팬지들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사냥당해 애완동물이나 서커스용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작물 재배를 위해 숲을 파괴하는 바람에 침팬지들이 머물 곳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구달은 환경운동가로 변신합니다.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하고, 야생동물들이 처한 실태와 서식지 보호를 호소하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강연을 다니기 시작합니다.

최근 구달은 자연을 살릴 주체로 인간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뛰어난 동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종의 멸종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아직도 전 세계 국가를 누비며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과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 목소리를 냅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초복과 중복을 지나 이제 말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말복에는 구달 박사의 말처럼 육식이 아니라 시원한 수박과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인 구달#침팬지와 교감#환경운동가#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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