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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시가 과학·기술 인프라를 결합한 전략을 통해 정부 공모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과학도시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매번 국책 공모사업 때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기반으로 한 유치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앞으로 새 대응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휘한 정부 공모사업 연이은 쓴맛
우선 대전시가 사활을 내걸고 추진했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이 무산됐다. 특히 관련 공모에는 충남(디스플레이), 충북(반도체·이차전지 등)이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대전만 탈락했다. 시는 반도체 분야에 도전했지만, 최종 지정을 받지 못하며 ‘과학도시’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사업에도 탈락했다. 시는 정부의 ‘신성장4.0전략’ 및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 등 정책에 맞춰 그린바이오 산업을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경북(안동시), 경남(진주시), 전북(익산시) 등에 밀렸다.
지난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로 진행한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시범 사업’에 뛰어들 었지만 부산과 대구에 밀리면서 탈락했다. 시는 일찌감치 공모를 준비해 도전장을 냈지만 기업의 집적 현황, 산학연 협력 가능성, 주거·교통·문화 등 정주여건 등이 타 시도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이은 탈락에 시는 국비 등을 확보하지 못하며 추후 공모를 노리거나 자체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다소 사업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매력 잃은 과학기술 결합 유치전략
시는 국가첨단전략 산업 특화단지, 그린 바이오 캠퍼스,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세 가지 공모에 매번 비슷한 전략을 담아냈다. 큰 틀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등의 인프라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낸 것이다.
실제 ‘특화단지’ 유치전에선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 대학과 연계성을 장점으로 내세웠고 ‘그린 바이오 캠퍼스’ 사업 또한 지역 대학과 정부 출연연, 기업 등 11개 기관이 협력해 지정 당위성을 피력 했었다. ‘디지털 혁신거점’ 공모는 대덕특구 등 기존 인프라에 더해 원도심 일대 약 4000㎡(1200평) 규모 입지를 내세웠지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역의 ‘간판’과 같은 과학·기술을 강조한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면서 새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이은 공모사업 탈락에 대전시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곳을 살펴보면 산업 생태계 적인 측면에서 대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우리지역의 명확한 강점은 있는 반면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 왔던 선도기업이나 앵커기업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번 공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기술적 측면에 많은 점수를 통해 대전시가 공모 사업에 유리했지만 이제는 정부 공모들이 민간, 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새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혔다.
●단골 전략 버리고, 새로운 전략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대전시가 내세우고 있는 과학기술과 연계한 전략에 대해 “이제는 새 옷을 입고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책 공모사업 때마다 등장하고 있는 대전의 전략은 대덕특구가 50년이 된 현재까지 변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혁신이 필요할 때 다. 기존에 전략을 새롭게 다듬어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모 사업도 경쟁이다보니 혁신적인 새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최근 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 유치’가 정부 공모 사업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최 교수는 “경기도의 반도체벨리 등과 같은 기업중심, 즉 산업 생태계까지 대전이 갖추게 된다면 여러 공모 사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500만평 산업용지 확보를 민선8기 핵심 사업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이 곳에 지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도록 행정력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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