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부귀면에 사는 임모 씨(70)는 전날(29일) 지진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진앙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사는 임 씨는 “방바닥에 누워 있는데 집이 두세 차례 크게 흔들려 황급히 뛰쳐나왔다”며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30일 전북도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7분경 장수군 북쪽 17km 천천면 인근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전북에서 43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북(4건) 경남(2건) 충북(1건) 전남(1건) 부산(1건) 등 총 5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장수군 계남면에 사는 최모 씨(41)는 “저녁을 먹는데 집 전체가 흔들려 아이들이 식탁 밑으로 숨었다. 너무 무서웠다”고 돌이켰다.
주택과 담장 등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고 4건도 접수됐다. 진안군에선 공동주택 1층 외벽과 외부 화장실 등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전북도 관계자는 “균열이 지진에 의한 것인지 정밀 감식 중”이라고 했다.
흔들림의 수준을 뜻하는 진도는 전북에서 5로 가장 높았고, 경남 및 충남북에선 3이었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진 직후인 오후 7시 10분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소집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경계’는 지진 위기경보 4단계 중 ‘심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일어난 지진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선 예년에 비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번 지진까지 포함해 진앙 주변에서 대다수가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규모 3.0 이상만 해도 10건 발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에서 2016년 이후 꾸준히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당분간 여진이 있을 수 있고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수=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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