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임대로 서울시서 공원 조성
‘무상임대 1년 제한’ 시행령 바뀌며
철도공단 “국유지 사용 변상금 부과”
서울시 “공공사업에 사용료는 부당”
경의선 숲길 공원 부지 사용료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이 수백억 원대의 소송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의 공원 확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연간 885만 명 찾는 공원 두고 421억 원 소송전
31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와 공단은 2021년 2월부터 서울행정법원에서 경의중앙선 숲길 부지 사용료를 두고 421억 원 규모의 변상금부과처분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7차 변론을 마쳤고 10월 2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경의선숲길은 서울 용산구 마포구 인근에 조성된 6.3km 길이의 공원이다. 옛 경의선 철길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인데 연간 885만 명이 찾는 도심 명소다. 경의선 지하화로 생긴 부지를 2010년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과 무상 임대협약을 체결하며 조성됐다. 가장 긴 연남동 구간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이름을 딴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찾는다.
하지만 무상 임대 협약 체결 이듬해인 2011년 4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국유지를 1년 이상 무상으로 대여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공단 측은 “법에 따라 협약 기간이 종료되는 2016년 7월부터 1년만 무상 대여를 연장해주고 이후부터 부지 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단이 청구한 변상금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총 421억 원가량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77억 원이다.
공단 관계자는 “협약에 따른 무상 대여 기간이 종료된 후 유상 사용허가 신청을 안내했지만 서울시가 불응해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는 “예산 358억 원을 투입해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고 매년 20억 원을 지출하며 관리해 왔는데 이제 와서 연간 수십억 원의 사용료를 내라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정원도시 서울’ 구상 차질 가능성
서울시는 올 5월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대규모 공원 6곳과 마을 정원 2200여 곳을 조성해 시민 누구든 5분 안에 녹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지자체의 공원 사업에도 국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등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 중인데 국유지가 포함된 경우 사용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조만간 공원 조성에 한해 국유지 사용료를 면제하는 내용으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자체 사업이 상업적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공공 이익의 관점에서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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