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방 1칸” 재외동포 전세사기 피해 일가족, 대책 마련 호소

“지금 당장 제가 필요한 것은 저의 여섯 식구 같이 살 수 있는 방 1칸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재외동포가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재외동포청 앞에서 재외동포 전세사기 피해자인 고홍남(41)씨와 그의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에서 전세사기 일당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특별법으로 해줄게 없다고 한다”며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국 국적 재외동포 고홍남씨와 그의 아내, 부모, 딸 등 가족 6명을 비롯한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고씨는 “ 전세사기 일당에게 일명 신탁사기를 당했다”며 “이번 주까지 집을 비우라는 내용증명을 낙찰자로부터 수령한 상태다. 이삿짐을 싸고 있지만, 갈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억울하다”며 “저의 여섯 식구의 삶을 망가트린 일당을 강하게 처벌하고, 동포들도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에 적용을 받게 해달라. 필요한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방 1칸”이라고 강조했다.

고씨의 아내도 “공장에서 야간잔업을 하면서 힘들게 돈을 모아 전셋집을 얻어 기뻐했다”며 “그러나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나서 초등학생 딸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절대 집에서 못나갑니다. 저의 여섯 식구는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라며 “곧 초등학교 개학입니다. 딸 아이를 학교 보내야 한다. 재외동포청은 저의들의 호소를 들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외국 국적을 가진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에 의해 대출과 주거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고씨 가족은 재외동포청을 찾아 전세사기를 당한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는 현재 100여명에 달하는 재외동포와 외국인이 전세사기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신의 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재외동포청은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계기관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재외동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