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화순…“불구덩이 걷는 것 같아, 평생 이런 더위 처음”

  • 뉴스1
  • 입력 2023년 8월 1일 16시 41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버스정류장에서 열섬 현상 방지를 위해 비치된 얼음이 녹아 내리고 있다. 2023.8.1/뉴스1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버스정류장에서 열섬 현상 방지를 위해 비치된 얼음이 녹아 내리고 있다. 2023.8.1/뉴스1
“숨이 턱턱 막히는 이런 더위는 76년 평생 처음이에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네요.”

8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1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낮 최고기온이 34.8도까지 오르는 등 푹푹 찌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도심 속 열섬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비치된 대형 얼음은 절반 이상 형체를 잃고 맥없이 녹아내렸다. 얼음이 담긴 큰 바구니는 흘러내린 물로 인해 곧 넘칠 듯 넘실거렸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학생은 더위에 지친듯 녹아내린 얼음물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팔에 촉촉하게 적시며 열기를 식혔다.

폭염 예방 차원에서 구비된 정류장 내 아이스박스 안의 얼음물은 절반 이상이 동 났고, 냉기마저 잃었다.

40대 남성은 연신 땀을 흘리며 버스 배차 안내판을 보더니 10여분 남은 버스를 기다리지 못 하고 택시에 오르기도 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시민들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는 땀이 주르륵 흘러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민 대다수가 양산을 들고 햇빛 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고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한 남학생은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터널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땀을 식혔다.

고등학생 이솔비양(17)은 “화순의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다는 예보를 확인했지만 이렇게까지 더울 줄은 몰랐다. 땅에서 뜨거운 공기가 올라와서 숨이 막히는 것 같다”며 “약속을 위해 버스를 타러 나왔지만 지금이라도 약속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 정호임씨(68)는 “텃밭에 갔다오는 길인데 호박 이파리가 다 타버리고 고추도 말라 죽었다”며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농작물들은 오죽하겠냐. 어지간히 더워야 살지. 이건 사람이 살 수 없는 더위다”고 혀를 끌끌 찼다.

전남 화순의 낮 최고기온이 37도로 예보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무더위 쉼터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날씨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3.8.1/뉴스1
전남 화순의 낮 최고기온이 37도로 예보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무더위 쉼터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날씨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3.8.1/뉴스1
인근 무더위쉼터의 경로당에는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러 온 어르신들로 붐볐다.

경로당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들은 물티슈를 찾는 데 정신이 없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기 위해서다.

방금 전 집에서 샤워를 하고 고작 100여m 거리를 걸어왔는데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난다는 게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권탁근 할머니(76)는 “딱 씻고 개운한 상태로 얼른 시장을 다녀오려고 나왔는데 숨이 턱턱 막혀서 경로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런 더위는 살면서 처음이다”며 “불구덩이 속에서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옥수수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더위를 식혔다. 대화 주제는 단연 ‘화순 날씨’였다. 연일 뉴스에서 화순의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다는 예보가 전해지면서다.

권장선 할머니(75)는 “37도라고 하니까 겁이 나서 제일 시원한 옷을 골라입고 다들 경로당에 모이기로 했다”며 “다행히 37도까지는 안 올라갔지만 체감상은 40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도 더운 탓에 가스레인지 앞에 있기도 싫어 오늘은 여기서 있는 반찬으로 저녁까지 해결하고 들어가기로 했다”며 “빨리 말복이 와서 더위가 한풀 꺾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버스정류장 인근 그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8.1/뉴스1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버스정류장 인근 그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8.1/뉴스1
광주와 전남은 지난달 25일부터 폭염특보가 유지되고 있으며, 흑산도를 제외한 광주·전남 모든 지역은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전남 담양과 곡성, 광주(풍암)이 35.6도까지 올랐고, 화순은 34.8도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야외에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최고 체감온도는 담양 36.2도, 화순 35.3도 등으로 집계됐다.

습한 아열대 고기압이 내륙을 덮고 있고, 햇살도 뜨거워 기온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으로 향하는 태풍도 뜨거운 공기를 품고 북상하면서 우리나라로 수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대부분 지역에서 34도 이상 오르는 찜통 더위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순=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