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는데 “더 찔러라, 안 죽는다” 자극한 경찰…인권위 “생명권 위협”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8월 2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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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자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구조 대상자를 오히려 자극하는 말을 하는 등 부적절하게 대처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자해를 시도했던 A 씨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하 ‘피진정인’)이 자해를 시도하는 자신을 보고도 말리지 않고 “더 찔러라. 그래도 안 죽는다” 등 비웃거나 자극하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에게 뒷수갑을 채운 후 미란다 원칙 고지 없이 현행범 체포하고, 자상을 입었음에도 병원 치료를 받게 하지 않고 경찰서에 인계하는 등의 부당한 행위를 했다며 지난해 12월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발언은 A 씨가 자해 도구를 내려놓게 하려고 한 것일 뿐 비웃거나 자해하도록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A 씨가 휴대전화로 경찰의 머리를 내리쳤기에 미란다원칙 고지 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뒷수갑을 채워 체포하였으며, 현장에서 119구급대의 응급조치를 받게 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이 현장에서 A 씨를 안정시켜 자해 도구를 회수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극도로 흥분한 상태임을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A 씨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발언을 한 점, A 씨가 가족과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 수차례 경찰관이 출동하게 하였다는 점과 출동 당시 문을 열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임의로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찰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A 씨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생명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 등의 적절성과 관련해서도 A 씨가 응급구호가 필요한 구호대상자이고, 경찰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점, 휴대전화 폭행 여부에 대해 경찰과 A 씨의 주장이 상반된 점, A 씨가 자택에서 체포됐고, 속옷만 입고 있어 도망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신분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수갑 사용 및 의료 조치 미흡 등의 행위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 인권위는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서에서 장시간 조사 하면서도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센터 등 지원기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서 규정한 극단적 선택 시도자 등에 대한 사후관리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피진정인으로 하여금 인권위 주관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게 할 것과 파출소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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