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청소년 행사 ‘잼버리’…이런 질환 조심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일 16시 20분


한동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의료총괄)
한동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의료총괄)
전 세계 4만5000명의 청소년과 봉사자가 함께 모이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4년 단위로 열리는 국제 행사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교류 단체생활 프로그램이다.

32년 전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잼버리에 의료 요원으로서 참가했던 필자는 이번에는 의료시스템을 총괄하는 위치에서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일반인 입장에선 땅바닥에 텐트 치고 불볕더위 아래 2주 동안 생활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카우트 이념은 다양한 환경에 순응하는 방법을 깨닫고, 참가자와 교류를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포용성을 기르면서 자신의 올바른 시민이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의료진으로서 그동안 경험에 따르면 장기간의 야외생활에선 몇 가지 질병이 생긴다. 심한 일교차로 인한 상기도 감염, 다양한 곤충물림, 식물에 의한 상처, 접촉성 피부질환, 왕성한 신체활동에 의한 염좌, 골절, 그리고 온열질환 등이다.

이 가운데 온열질환은 평소에 잘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나타나는 증상 대부분이 근육경련, 어지럼증, 전신쇠약감, 복통, 오심 등이다. 이 질환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좀 더 증상이 심해지면 심한 땀, 오한, 구토가 생기고 정신이 혼미 해거나 의식이 저하된다.

이는 신체 중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방치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습도가 높고 논, 밭, 해수욕장, 운동장과 같이 복사열이 많은 경우 단순히 기온만 보고 방심하면 온열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온열질환은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많아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온열질환이 의심되면 일단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빨리 물 같은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전해질 음료수는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때 너무 과도하게 물을 복용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므로 20분에 한 컵 정도로 천천히 마시게 한다. 대부분 응급조치로 회복이 되지만 실신, 땀이 많이 나거나 오한이 있으면 빨리 의료기관으로 옮겨야 한다.

이번 잼버리에선 온열질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가자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야외 활동 중에는 20분마다 한 컵, 또는 한 시간에 1리터의 물을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다. 과도한 카페인을 함유한 청량음료는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즈음과 같은 기후에선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온열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몸에 이상한 증상을 느끼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늘에서 무조건 휴식을 취하며,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온열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과 첫 단계에서의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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