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 속에 알리겠다며 유치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비위생적인 시설과 먹거리 부족 등 열악한 환경까지 문제되면서 전체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개영식에서 발생한 139명의 환자 중 108명이 온열질환자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잼버리 개영식 행사 이후 밀집된 인원이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서 계속해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조직위에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조직위는 불꽃놀이만 생략하는 정도로 행사를 끝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폭염에 더해 행사장 내 열악한 환경을 두고도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4만3000여 명의 참가 인원 대비 병상의 수가 50개로 현저히 적어 몇몇 환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 데다 비위생적이기까지 해 대원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참가자 학부모의 목소리도 있다. 편의점에선 폭염을 틈타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얼음을 판매한다는 주장도 제기됐고, 대원들에게 지급된 달걀 등 식재료는 무더위에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어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9개국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방부에 그늘막·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보수·증설을 위한 공병대를 지원할 것과 응급상황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군의관 파견을 신속하게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잼버리 공동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잼버리 조직위, 여가부, 문화체육관광부, 전북도 등과 긴밀하게 공조해 온열질환자 대응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즉시 시행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이 장관 지시에 따라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이날 오전 잼버리 현장으로 급파돼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여러 지역 단체는 대회 일정을 축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성명에서 “여러 단체와 전문가가 새만금 야영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일찍이 경고했다”며 “더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북녹색연합은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4만3000여 명의 청소년과 자원봉사자, 대회 관계자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대회 강행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도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중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규탄한다”며 “즉각적으로 행사 일정을 축소하고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등 긴급 조치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직위는 3일 진행 예정이었던 야외 프로그램 중 일부를 폭염 예방 차원에서 중단하기로 했다. 최창행 잼버리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회 참가자와 의료진을 위해 냉방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고 의료인력도 더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느 나라 잼버리에서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온열질환자 수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