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분만 늦게 외식 나왔더라면… ” 車에 치인 60대여성 남편의 절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5일 01시 40분


[‘외톨이 테러’ 공포]
심정지 회복했지만 머리 크게 다쳐
“못 지켜줘서 정말 미안” 남편 절규
목격자들 “음주운전인 줄 알았다”

3일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 씨(22)는 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 모닝 차량을 타고 인도에서 행인을 친 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다쳤다.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3일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 씨(22)는 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 모닝 차량을 타고 인도에서 행인을 친 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다쳤다.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함께 손잡고 걷고 있었는데 아내만 차에 치였습니다. 못 지켜줘서 정말 미안합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을 벌인 피의자 최모 씨(22)의 차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이모 씨(64)의 남편은 “딱 5분만 늦게 나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이라며 절규했다.

사건이 있기 전 이 씨 부부는 외식을 하기 위해 집에서 10여 분 떨어진 AK플라자 백화점을 향했다. 부인인 이 씨가 인도 안쪽에서, 남편이 차도와 가까운 바깥쪽에서 걸었다. 백화점에서 100여 m 떨어진 아파트단지와 상가를 지날 때쯤 갑자기 뒤에서 모닝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이 씨 부부를 순식간에 덮쳤다고 한다. 두 사람을 들이받은 뒤 이 차량은 인도 위 다른 행인들도 치었다.

남편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부인 이 씨는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였다. 남편은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했고 이 씨는 호흡을 회복해 인근 성남시 분당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피해자 20대 여성 김모 씨는 사고 직후 의식 저하 상태로 경기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 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병원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제(3일) 저녁에 20대 여성이 이송돼 오자마자 가족들이 여럿 몰려와서 울고 난리가 났었다”고 전했다.

피의자 최 씨의 차량 돌진(5명)과 흉기 난동(9명)으로 20∼70대 시민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생명이 위태로운 위중 환자는 이 씨와 김 씨 등 여성 2명이다. 나머지 피해자는 차량 충돌로 무릎과 머리를 다치거나 배, 옆구리 등을 흉기에 찔렸지만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최 씨의 범행 당시 장면을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생생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고 장소 인근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시민은 “큰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 보니까 여러 명이 쓰러져 있어서 처음엔 음주운전 뺑소니인 줄 알았다”면서 “순식간에 일어나 상황 파악이 잘 안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살려주세요’ 외치는 손님들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개점 첫날 50명 구한 보석매장
피신 온 사람들 창고 안내뒤 문 잠가
대표는 대걸레 들고 매장 앞 지켜
뉴시스
“손님들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4일 만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1층 보석 매장의 점장인 김귀자 씨(53)는 전날의 급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6시경 매장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매장 밖에서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매장 안으로 몰려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130여 ㎡ 정도 돼 보이는 매장에는 순식간에 50여 명이 대피했다. 김 씨는 우선 이들을 매장 안 VIP실과 금고가 있는 창고로 안내한 뒤 밖에서 문을 잠갔다.

당시 김 씨와 함께 매장에 있던 이학수 대표(52)는 ‘흉기 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걸레를 들고 나가 1시간 넘게 매장 앞을 지켰다. 이 대표는 “범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무서웠다. 하지만 손님들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에 도망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모 양(16)은 멀리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김 씨를 보고 황급히 이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이 양은 “솔직히 범인이 유리문을 깨고 들어오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직원이 ‘걱정하지 말라’며 초콜릿을 줘서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보석 매장은 이날 오전에 개점식을 하고 첫 영업을 시작했다. 김 점장은 “오픈 첫날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흉기난동#60대 뇌사#외톨이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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