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A 씨는 4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묻지 마 범죄’ 등 엽기적 범죄가 늘어날 것 같은데 이대로는 경찰도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경찰 지휘부는 ‘매번 총기 사용 매뉴얼이니 적극적으로 총 쏘라’고 하지, (정작) 소송 들어오면 나 몰라라 한다”며 “국민들은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도 ‘묻지 마 범죄’가 이어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총기나 테이저건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 경찰들 사이에선 소송 가능성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월 경찰이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사망하자 법원은 정부가 유족 측에 3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피의자는 양손에 흉기를 든 채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뇌가 손상된 피의자가 숨졌는데, 법원은 경찰의 대응이 기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2월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강력범죄 등에 총기로 대응해 피의자가 죽거나 다쳤을 경우 ‘정상 참작’이 가능하고, 형사책임도 면제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관 개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피해가 생겼을 때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례도 있다. 한 경찰관은 “법원이 보기에 따라 ‘고의’라고 결론이 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소송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총기를 사용하긴 어렵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경찰이 정당한 업무 집행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릴 경우 (정부가) 소송 비용과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경찰이 강력 범죄에 적극 대응해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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