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나가게 돼 슬픕니다. 이곳을 떠나게 돼 대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6일 전북 부안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만난 미국 스카우트 대원 윌리엄 레인 군(15)은 분주히 짐을 챙기며 이같이 말했다. 레인 군은 “전 세계 사람들과 문화를 교류할 생각에 큰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철수하게 돼 아쉽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 美·英 속속들이 떠나며 어수선한 새만금
전날(5일) 조기 퇴영을 결정한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 15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했다. 우선 선발대 700~800명이 버스 17대를 나눠 타고 출발했고, 오후에 나머지 인원이 새만금을 떠났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5일 1000여 명이 서울로 이동한 데 이어 6일도 1000여 명이 추가로 퇴영했다. 대규모 인원인 만큼 단계적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국적의 대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국 대표단이 빠르게 조기 퇴영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며 “며칠 만에 드디어 에어컨이 있는 곳에 와서 너무 좋다”고 적었다. 한편 다른 스카우트 대원은 “4년을 기다렸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온 행사를 이렇게 빨리 끝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영국 단원들은 서울 용산구, 종로구 등의 호텔에 머물 계획이다. 다만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에서 머무를 숙소를 찾지 못해 숙박난을 겪기도 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서울에 도착한 영국 단원 5명이 한 방을 쓰고, 25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호텔 연회장에서 자기도 했다. 영국 단원의 한 부모는 영국 가디언에 “서울 내 비좁은 호텔에서 대원 상당수가 호텔 바닥에서 자야하는 상황인데, 아직 다른 숙박시설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대표단은 5일 대전 유성구 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은 수천명의 단원을 이동시키고 재울 자금과 자원을 갖췄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원 늘었지만 약, 물 아직 부족해”
새만금 야영지 곳곳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수, 얼음, 쿨링버스(냉방용 대형버스) 등 폭염 대비 정부 지원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도 대원 남라타 발라지 양(15)은 “친구 4~5명이 폭염 때문에 쓰러져서 약을 먹고 숙소에서 쉬고 있다”며 “얼음과 물을 나눠 준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 통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온 자원봉사자 파올라 씨(22) 역시 “물 분수대도 거리가 멀고, 휴게실과 선풍기도 부족하다”며 “워낙 많은 사람이 야영지에서 지내다 보니 지원 확대가 잘 체감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일 개영식부터 누적된 영내 병원 내원 환자는 총 4455명에 달한다. 5일 하루에도 987명이 다녀갔다. 이 중 피부병변이 348명(35.2%)으로 가장 많고, 벌레물림 175명(17.7%), 온열손상 83명(8.4%), 일괄화상 49명(5.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독일에서 온 줄리안 군(15)은 해충에 물려 퉁퉁 부은 다리를 보여주며 “벌레에 물린 다리가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악화되고 있다”며 “취소된 프로그램도 많아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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