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테러’ 공포]
‘타인에 공포감’ 특수협박죄 적용
피의자 “자살하려 흉기 소지했다”
경찰 살해 글 작성 이유엔 ‘침묵’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붙잡힌 20대 남성 허모 씨가 살인예비 및 특수협박 혐의로 6일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허 씨는 범행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찰을 죽이겠다고 예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유동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후 허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허 씨는 4일 오전 흉기와 장난감총을 소지한 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돌아다니다 “칼을 든 남자가 있다”는 보안 요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경찰은 허 씨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 있던 흉기 2점과 장난감 총 1점을 압수했다. 경찰이 체포하면서 “왜 (그랬냐)”고 묻자 허 씨는 “너무 힘들어서”라고 답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이 당초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본 결과 허 씨가 흉기를 누군가에게 겨누거나 휘두르는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범인은 해당 장소의 불특정 다수에게 두려움을 주었다”며 “최근 묻지 마 살인으로 시민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흉기 등 위험한 물건까지 소지해 특수협박죄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다른 사람을 직접 위협하지 않더라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채 다른 사람에게 공포감을 줄 만한 행동을 했다면 특수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이 허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감식)한 결과 범행 당일 새벽에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은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살인 예고 글만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칼을 소지해 서울까지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에서 자해 소동도 벌이는 등 단순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범행을 위해 나아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석하던 허 씨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간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살하기 위해서였다. 제 목을 칼로 찔러서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을 죽이겠다고 예고한 글을 작성한 이유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았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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