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과 야권 성향의 충북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추진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측은 수십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주민소환 비용 부담 우려를 제기하면서 “유족의 아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주민소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7일 충북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김 지사는 오송 참사 당시 직무를 유기하고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행으로 충북도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도민 20여명은 ‘기꺼이 친일파 기꺼이 주민소환’, ‘산불 나면 술잔들고 홍수 비상 서울 만찬’, ‘학생은 2700원 카레밥 도지사는 2만800원 황제식’ 등 그동안 이런저런 논란을 낳은 김 지사의 과거 행적을 되새기는 피켓을 들고 김 지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김 지사는 지난 3월7일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말로 애국충절의 고장 충북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3월30일 제천 산불 당시 충주에서 술자리를 해 도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면서 “김 지사의 뻔뻔한 생각과 행동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지사는)오송 참사 전날 비상 3단계에서도 충북을 벗어나 서울에서 업자와 만찬을 즐겼다”면서 “김영환을 탄핵해 충북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준비위원회와 함께 민주당 충북도당 청년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 지사 사퇴를 요구했다.
청년위는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이며 관재”라면서 “무능한 망언 도지사 김 지사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청년위는 “김 지사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도지사에게 쏟아지는 모든 의혹을 해명하라”면서 “지금까지의 거짓말과 망언, 실언에 대해서도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능력한 도지사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고 충북이 무너져 가는 것을 더 방치할 수 없다”며 “충북의 정상화와 도민의 안전을 위해 김 지사는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청년위는 그러나 준비위원회와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아직 충북도당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단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오송 참사는 이태원 참사와 닮은 꼴”이라면서 “충북도민과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해 오송 참사 책임자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준비위와 민주당 청년위에 이어 기자회견을 연 국민의힘 충북도당 청년위는 “야권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논리적 비난과 악의적 정치공세로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유족의 아픔을 더는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국조실 감찰에 이은 검찰 수사가 한창인데 정치적 목적이 뻔히 보이는 집단행동과 선동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야권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지금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특히 여당 청년위는 “주민소환 준비와 시행에 필요한 수십억 원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국민의 혈세는 낭비해도 상관없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앞에서는 흘리고 뒤돌아서면 간사한 미소를 띠는 악어의 눈물을 스스로 닦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주민소환제는 지역 주민들에 의한 지자체장 통제 제도다. 행정 처분이나 결정 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지자체장을 주민 투표를 통해 해임할 수 있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 증명서 교부 신청을 하기로 했다. 서명운동은 120일 동안 할 수 있는데, 청구권을 가진 도민 13만5438명(10%) 이상이 서명해야 주민소환 투표가 성사된다.
주민투표에서 투표권자 3분의1 이상(45만2968명)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 지사는 충북지사직을 잃게 된다.
전국적으로 2007년 이후 2021년까지 7차례 주민소환 투표가 치러졌다. 화장장 건립 추진 갈등을 빚던 경기 하남 시의원 2명이 직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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