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새만금 철수]
버스 1014대로 ‘13시간 철수 작전’
경기도, 1만3568명 최다인원 수용
K팝 공연,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8일 오전부터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서울 경기 등 전국 8개 광역단체로 철수했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대만 대표단을 시작으로 156개국 3만7000명의 대원이 45인승 버스 1014대를 통해 야영장을 떠났다. 오후 7시경 마지막으로 체코 대표단이 새만금을 떠나면서 8일 동안 대원들이 울고 웃었던 야영장은 텅 비게 됐다. 체코 대표단이 오후 10시경 서울의 숙소에 도착하면서 약 13시간의 호송 작전이 마무리됐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전북 등 8개 광역단체에서 마련한 128곳에 분산배치됐다. 가장 많은 1만3568명이 경기에 둥지를 틀었고 인천(3257명), 서울(3133명)에도 많은 대원이 머물게 됐다. 특히 수도권 숙소 부족으로 새만금 인근 전북 지역(5541명)과 충남(6274명)에도 상당수 인원이 배치됐다. 경찰은 헬기 4대, 순찰차 등 273대를 동원해 하늘과 땅에서 대원들의 안전한 이동을 지원했다.
숙소가 급하게 마련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일부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조직위는 “대원들을 대부분 1∼2인실에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대전과 세종 등지에선 3∼4인실을 이용하는 대원도 적지 않았다. 식사 준비가 늦어져 빵 등 간편식을 제공한 시설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비용 정산방법도 밝히지 않은 채 8일 오전 갑자기 기숙사를 제공하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11일까지 각 지역에서 관광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이날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열리는 폐영식을 겸한 K팝 콘서트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인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의 이동과 문화 행사 관련 보고를 받는 등 잼버리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대원들과 대표단이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고 대한민국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갖고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대원들 “새만금 밖 잼버리 기대”… 대학기숙사 등 숙식준비 비상
3만7000명, 버스 1014대로 이동 야영지서 1시간 넘게 걸어 탑승 8개 시도로 분산… 숙박난은 없어 “철수 아쉽지만 K팝 폐영식 기다려”
“야영지에서 철수 버스를 타려고 1시간 넘게 걸어왔어요.”
볼리비아인 스테파 베니코 군(17)은 8일 전북 부안 새만금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156개국 3만7000명의 잼버리 대원이 버스 1014대를 통해 일제히 떠나다 보니 자국 버스를 찾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자기 몸통보다 큰 가방을 2개나 든 베니코 군은 “오전 5시에 일어나서 퇴영 준비를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며 “이곳에 오기 위해 3년 넘게 준비했는데, 이렇게 떠밀리듯이 새만금을 떠나니 아쉽다”고 말했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서울 경기 등 8개 지역으로 철수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정보다 나흘 빠른 철수가 진행된 것이다.
조직위는 당초 오전 10시경 철수를 시작해 약 6시간 만에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숙박지 배정이 늦어지면서 오전 9시에 첫 철수를 시작한 지 약 13시간 만인 오후 10시경 철수가 마무리됐다.
● 각국 대원들 “새만금 밖 잼버리 기대”
스카우트 대원들은 많은 인원이 함께 먹고 잘 수 있는 대학 기숙사, 기업 연수원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정부 관계자는 “호텔, 홈스테이 등도 검토했지만 잼버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요청이 있었고, 식중독 등 관리감독의 어려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까지 대원들을 분산배치하면서 우려했던 숙박난은 발생하지 않았다.
새만금을 떠나 주로 도심지에 마련된 새로운 숙소에 도착한 대원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스위스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 도착해 밝은 모습으로 배정된 기숙사 방으로 향했다. 일부는 취재진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대원 일부는 방 배정을 기다리며 큰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스위스 대표단의 지도자인 코라이아 씨(23)는 “아직 서울에서의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기대가 되고, 특히 K팝 스타들이 출연하는 폐영식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숙소에 도착한 오스트리아 국적의 줄리아나 씨(24)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새만금을 떠나며 무척 아쉬워했지만 인천은 큰 도시라 어떤 프로그램을 해도 새롭고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 “식재료 부족한데” 대학 초비상
다만 전날(7일) 정부의 조기 철수 발표 후 하루 만에 3만7000명의 숙소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일부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8일 아침 기숙사 방을 구해 달라는 연락을 급하게 받고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있다”며 “어느 국가 인원이 몇 명 온다는 내용도 너무 늦게 통보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1∼2인실에 대부분 배정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다인실이 배정된 단원들도 적지 않았다. 대전보건대 기숙사에 배치된 베트남 대원 200명 중 150명은 3인실 숙소를 사용했다. 세종에선 4인실을 사용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았다.
대학 기숙사들은 식사 제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세종대는 당장 준비된 식재료가 없어 구청이 제공한 컵라면과 김밥을 단원들에게 제공했다. 동양미래대는 도시락을 주문해 대원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방학이라 기숙사 식수인원이 100인분도 안 되는데, 내일부터 갑자기 300인분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최대한 불편함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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