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난 30대 환자가 생전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자신의 부의금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9일 화순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고(故) 조아라 씨의 가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병원을 찾아 소아암 환아를 위한 지원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병원에서 치료받던 조 씨는 “힘든 시간을 겪어보니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다”며 장례식에 들어온 부의금 일부를 소아암 환아를 위해 사용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조 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치료받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부의금 중 일부를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기부하고 싶어 했다”며 “정성껏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자 화순전남대병원에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이 고향인 조 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으로 MBA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서울에서 치료받던 조 씨는 지난 3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화순전남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암은 빠르게 진행됐다. 더 이상의 적극적인 항암 치료는 어렵다고 판단한 조 씨는 지난 4월부터 완화의료 병동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
조 씨는 자신의 장례식에 올 지인의 명단을 정리하던 중 의료진에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생전에 친구들을 모두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조 씨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친구와 지인들을 병원으로 초대해 생애 마지막 생일잔치를 열어줬다.
정용연 병원장은 “기부해주신 선물은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와 회복, 그리고 일상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데 사용하겠다. 고인과 가족의 뜻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치료받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텐데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 대단하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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