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 범죄 예방·억제 효과 커”…시민 ‘불신 해소’가 관건

  • 뉴스1
  • 입력 2023년 8월 9일 13시 27분


6일 오후 흉기 난동 등 범죄 예방을 위해 대구 중구 동성로~중앙로 구간에 배치된 경찰특공대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2023.8.6. 뉴스1
6일 오후 흉기 난동 등 범죄 예방을 위해 대구 중구 동성로~중앙로 구간에 배치된 경찰특공대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2023.8.6. 뉴스1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찰이 재발 방지 일환으로 실시 중인 불심검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특히 경기도 의정부에서 모 중학생이 불심검문을 오해해 달아나는 과정서 과잉진압 논란까지 나오는 등 불심검문에 대한 ‘불신’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불심검문으로 얻을 수 있는 ‘범죄 억제’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불심검문에 나선다는 소식만으로도 우범자들을 움츠러들게 한다는 것이다. 불심검문을 통해 직접적으로 범인을 검거하거나, 수사의 단서를 얻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관건은 시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전문가들은 불심검문을 진행하는 이유와 시민의 권리를 명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매주 불심검문 실적을 집계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압박하는 경찰 내부의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442건의 불심검문을 통해 14명을 검거했다. 대부분 무허가 무기 소지, 협박으로 현행범 체포됐으며 마약 혐의도 1건 있었다. 경찰은 지난 4일 ‘묻지마 범죄’ 방지를 위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이상 행동자 등에 대해선 불심검문을 진행하고 있다.

◇“군정도 아니고” 불심검문에 시민들 ‘시큰둥’…의정부 중학생 오인 체포도 한몫

불심검문이란 수상한 행동이나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 경찰관이 정지시켜 질문하는 행위를 말한다. 흉기 소지 여부도 조사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행정적인 행위라 강제력은 없다. 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에 규정돼 있다.

불심검문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과거 군부 정권을 떠올리며 지나치게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겼다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여기는 시민도 있다. 의정부에서 모 중학생이 흉기난동범으로 오인 당하여 체포된 사례도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

직장인 김모씨(30·여)는 “길 가다 경찰관한테 잡혀 이것저것 질문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불심검문을 늘린다고 묻지마 범죄가 예방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민에겐 심리적 안정감·잠재적 범죄자에겐 두려움”…전문가는 “필요”

전문가들은 사회 안정 차원에서 일시적인 불시검문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불심검문을 진행한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우범자들이 쉽사리 거리에 나오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심검문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언제든 검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줄 수 있다”며 “대대적인 음주 단속으로 음주운전 발생 건수가 줄어든 것처럼, 범죄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일간 440여 차례의 불심검문으로 14명이나 입건됐다는 건 상당히 우려될 만한 수치”라며 “앞으로도 묻지마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불심검문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예방의 지표는 범죄 건수의 감소와 지역 주민 불안 완화 등이 있는데, 두 가지 차원에서 불심검문을 통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범죄가 늘어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하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불심검문을 통해 범죄의 직접적인 단서를 얻는 경우도 적잖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2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이 불심검문으로 범죄 수사 단서를 얻은 경우는 전체 153만1705건 중 5만9970건(3.9%)로 나타났다. 미신고 사건(25만1827건) 중에선 불심검문을 통해 단서를 얻어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시민 권리 고지하고, 불심검문 이유 밝혀야”

관건은 불심검문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아무리 순기능이 큰 제도라도, 시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정착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불심검문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심검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담긴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에는 수상한 행동이나 그 밖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불심검문은 무작위로 해선 안 되고, 현행법에 나와 있는 대로 특정인을 대상으로만 시행해야 한다”며 “흉기 등 범죄 가능성을 보이는 이로 특정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에게 불심검문에 나서게 된 배경과 불심검문은 의무가 아닌 협조 사안임을 고지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민들이 경찰의 조사에 거절할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불심검문을 진행해야 한다”며 “가령 ‘이 구역에서 테러 의심 신고가 있었으니, 그에 따른 치안 활동이지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불심검문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도 경찰은 9장 분량의 불심검문 매뉴얼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내용이 많다 보니, 즉각적으로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거동 수상자를 판별하는 기준만 33가지에 달한다.

모 일선 경찰관은 “불심검문 매뉴얼이 너무 내용이 방대한 탓에 즉각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며 “차라리 ‘3대 원칙’ 등으로 짧게 정리한다면 현장에서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에 ‘실적’을 압박하는 경찰 내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일부 경찰서는 검문일시·장소·대상자·사유·조치결과 등 ‘불심검문 기록표’를 일자별로 작성하고 있다. 실적 경쟁이 과열될 경우 인권 침해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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