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충남 농가 피해 막심
수확은커녕 복구작업도 안 끝나
폭염에 태풍 소식까지 ‘3중고’
“보상 등 복구 대책 서둘러야”
“8년을 기다렸는데, 수확도 못 해보고 절반을 버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또 태풍이라니요?” 9일 오전 10시 충남 금산군 진산면의 인삼밭에서 농민 주재현 씨(58)가 차광막을 정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지난달 기습적인 폭우로 침수돼 인삼밭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약 6600㎡ 중 절반인 3300㎡가량이 수해를 입어 인삼을 그대로 폐기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폭우 뒤에 찾아온 폭염에 초록빛을 띠어야 할 인삼 잎과 줄기는 노랗게 시들어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일부 밭은 아직 흙탕물을 뒤집어쓴 처참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야외에 설치된 온도계는 40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차광막 아래에도 35도를 기록하며 주 씨의 얼굴엔 땀방울이 가득했다. 6년근 인삼을 재배하기 위해선 적합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2년간 땅을 다지고 6년간 키우게 된다. 총 8년의 기다림 끝에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하기 직전 수해를 입은 주 씨는 삶의 터전이 무너져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는 “인삼은 온도에 민감한 작물인데, 지난 폭우로 윗밭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피해를 입은 데다 폭염까지 이어져 사실상 상품성 있는 인삼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지금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 소식까지 접하게 돼 정말 막막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35년간 인삼을 재배해 온 주 씨는 2003년 태풍 매미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전했다. 수해와 폭염, 태풍까지 3중고를 겪고 있는 주 씨는 피해 복구와 관련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도에서 피해 조사를 해 간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보상이 절실한 이유는 그 돈으로 인력을 불러 서둘러 복구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와 같이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빨리 지급됐으면 한다”고 했다.
주 씨는 다음 작기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그는 “이미 겪은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다음 작기가 걱정이다. 인삼은 특성상 다시 이곳에서 재배도 못 한다”며 “앞으로 다른 대체 작물을 하고 싶지만 지금 마음이라면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시 은진면 성덕리에 있는 고추 농가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았지만 수확은커녕 아직 수해 복구 작업을 끝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고추밭은 인근에서 쓸려온 토사에 파묻히거나 싯누런 흙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었다.
복구 작업을 시작도 못 한 서춘선 씨(62)는 답답함을 넘어 하루하루 막막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서 씨는 “40년 동안 농업에 종사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폭우 당시 고추밭에 발목까지 물이 차면서 물을 빼는 데만 며칠이 걸렸는데, 이어진 폭염에 이제는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자식처럼 정성 들여 키운 고추를 수확 한 번 제대로 못 해 보고 모두 버려야 한다”며 “매년 이런 기상 상황이 이어진다면 더 이상 농업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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