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열리기 전날인 7일 변호인단에 “8일 재판에 혼자 나갈 테니 아무도 나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기존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이 전 부지사 부인 백모 씨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다른 변호인의 조력은 받고 싶지 않다’는 의중을 재확인한 것. 하지만 8일 재판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원치 않았던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가 변호인으로 나와 “이 전 부지사의 허위 자백” 등 사전 협의 없던 주장을 한 뒤 돌연 사임하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부지사는 7일 수원구치소에 접견 온 변호인에게 “8일 재판에 혼자 나갈 테니 아무도 나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이러한 의사는 변호인단을 거쳐 부인 백 씨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8일 재판에는 이 전 부지사 뜻과 다르게 김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이 전 부지사가 재판부에 “(김 변호사가 속한) 덕수와는 입장 조율이 원활하지 않기에 서 변호사가 왔을 때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명목상 변호인단에 포함된 상태라 재판은 진행됐다.
김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협박과 회유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증거의견서와 함께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냈는데, 이 역시 기존 변호를 맡아온 서 변호사는 물론 이 전 부지사와도 논의한 적 없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이 의뢰인과 일체 협의 없는 입장을 재판부에 일방적으로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후 김 변호사가 돌연 사임하고 재판 도중 법정을 나가면서 재판은 파행됐다. 지난달 25일 재판에서 서 변호사 선임 유지 여부를 두고 이 전 부지사와 부인 백 씨가 ‘법정 부부싸움’을 벌여 파행된 데 이어 또 중도 중단된 것.
김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로 알려진 이 전 부지사 부인이 선임해 변호인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원치 않았던 김 변호사의 법정 등판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이 전 부지사의 최근 검찰 진술을 법정에서 무력화시키고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 이후와 같은 해 12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멤버인 김 변호사는 2020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상고심에서 변호인을 맡은 바 있다. 김 변호사가 대표를 맡은 법무법인 덕수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20~2021년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주택도시공사에게 총 3010만 원의 고문료와 사건 수임료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 재판은 22일 재개될 예정이지만 서 변호사를 둘러싼 백 씨 등의 반대가 커 파행의 불씨가 여전한 상태다. 서 변호사는 의뢰인 가족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변호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 전 부지사의 신뢰가 두터워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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