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천만다행”…카눈에 무너진 토사로 교실 창틀 휘고 벽 뚫려

  • 뉴스1
  • 입력 2023년 8월 11일 14시 13분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 교실이 전날 태풍 ‘카눈’의 여파로 내려온 토사물로 난장판이 돼 있는 모습. 2023.8.11/뉴스1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 교실이 전날 태풍 ‘카눈’의 여파로 내려온 토사물로 난장판이 돼 있는 모습. 2023.8.11/뉴스1
“자칫 큰 피해가 일어날 뻔 했는데 학교에 사람이 없어 다행입니다.”

태풍 ‘카눈’이 부산을 통과한 다음날인 11일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의 과학실은 경사지에서 쏟아진 토사물로 인해 본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과학실 창문이 막대한 양의 토사에 부서진 데 더해 창틀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고, 그 여파로 근처에 있던 싱크대도 밀려났다.

아래쪽 외벽도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과학실 집기류도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 통로에 태풍 ‘카눈’ 여파로 경사지를 통해 내려온 토사. 2023.8.11/뉴스1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 통로에 태풍 ‘카눈’ 여파로 경사지를 통해 내려온 토사. 2023.8.11/뉴스1
사고는 전날 오전 8시50분쯤 발생했다. 과학실 뒤편 경사지 위에 있던 오래된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니 거센 비와 강풍의 여파로 건물 외벽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다가 축대와 함께 한번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10일 오전 8시50분께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 뒤편 경사지 위에 있는 건물이 태풍 ‘카눈’이 몰고 온 강풍에 붕괴되는 모습. (학교 측 제공)
10일 오전 8시50분께 부산 금정구 한 중학교 뒤편 경사지 위에 있는 건물이 태풍 ‘카눈’이 몰고 온 강풍에 붕괴되는 모습. (학교 측 제공)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집기류에 보행 데크길까지 무너져 내려 과학실을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과학실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 옆 미술실에 있던 교사는 사고 발생 1분 전에 밖으로 나가 참변을 면했다.

과학실과 경사로 사이에 있는 통로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구간이지만, 당시에 이곳을 지나다니던 사람은 없었다. 이 학교는 지난달말 개학했지만 당일 태풍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에 다니는 A군(15)은 “집에서 원격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 와봤는데 깜짝 놀랐다. 다들 학교에 없어서 천만다행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에 침범한 잔해물은 올해 내 전부 치우지 못하고 현재 상태 그대로 둘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에서 안전 검사를 한 결과 무너진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을 먼저하고 새 축대가 지어진 후에야 경사지 잔해물들을 수거하고 무너진 교실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반이 많이 약해진 탓에 당장 잔해물들을 수거할 시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건물 소유주도 학교 측에 최대한 피해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걱정할까 봐 마음이 아프다”며 “학생들의 안전 확보와 수업권 보장에 최선을 다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부산지역 일강수량은 108.9㎜다. 붕괴 사고가 난 학교가 있는 금정구에는 193.0㎜의 비가 와 부산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24일 오전 6시쯤 전남 나주에 자리한 영산중학교 건물 뒤편 경사지가 붕괴되면서 토사가 행정실 복도 유리창을 뚫고 유입된 모습. (나주시 제공)2023.7.24/뉴스1
24일 오전 6시쯤 전남 나주에 자리한 영산중학교 건물 뒤편 경사지가 붕괴되면서 토사가 행정실 복도 유리창을 뚫고 유입된 모습. (나주시 제공)2023.7.24/뉴스1
지난달 24일 오전 6시쯤 전남 나주 한 중학교 뒤편 경사지에 붕괴되면서 토사가 행정실 복도 유리창을 뚫고 건물 안으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학 중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토사가 복도까지 밀려와 일부 시설이 파손됐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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