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칼부림 원인, 돌연 등장한 ‘게임중독’…檢 판단 근거는?

"게임중독, 직접적 원인 아니지만 영향"
"범행 전 8개월 간 대부분 시간 게임만"
"범행 행태, '1인칭 슈팅 게임'과 유사"
"심리분석가들도 '일정 영향 줬을 것'"

검찰이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을 조선(33·구속)이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라고 규정했다. 게임중독이 직접적 범행 동기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검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부장검사)은 11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죽게 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다.

이날 검찰 수사팀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게임중독’을 범행 원인의 일부로 제시했다.

수사팀은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에 해당한다”며 “젊은 남성을 의도적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정 게임을 염두에 뒀으나 모방범죄를 우려해 게임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수사팀이 이례적으로 게임중독을 범행 동기로 언급한 데는 ‘이상동기 범죄’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비합리적인 범행 동기’를 갖고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으키는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라고 한다. 사회적으로는 ‘묻지마 범죄’란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된다.

일반인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범행 동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간접사실들로 추정해야 한다. 검찰은 피고인 및 관련자 진술,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인터넷 검색내역을 종합해 조씨가 최근 8개월 간 대부분 시간 동안 게임을 하며 보낸 것을 파악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게임중독이 직접적 범행동기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조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게임만 해오던 상황에서 범행 직전에서야 집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게임중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조씨의 잔혹한 범행 방식이 평소 즐겨하던 게임들과 유사했다고도 수사팀은 밝혔다. 수사팀은 모방범죄 가능성을 우려해 게임명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CCTV 분석에 의하면 조씨는 범행 당시 110m에 불과한 길거리에서 2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범행을 저질렀다. 얼굴·뒷목·옆구리 등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 타격하고 신속히 재정비해 새로운 목표 대상을 찾는 등의 특이한 행태가 “마치 1인칭 슈팅 게임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신림역 살인예고글을 작성한 혐의(살인예비 등)로 이날 구속기소된 20대 남성 이모(26)씨 역시 조씨 범행의 CCTV 영상과 관련해 ‘(게임명) 그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게시글을 올린 점 역시 게임과 범행의 유사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됐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다만 조씨가 ‘게임이 범행 방식에 영향을 줬다’는 취지의 직접 진술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임중독 또한 의학적 판단이 아닌 심리분석 결과와 게임 접속내역 등을 근거로 검찰이 내린 결론이라고 전했다.

또 심리분석가들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검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외부 전문수사자문위 심리분석 결과, 조씨는 게임에 중독돼서 게임 내의 세계, 게임 동영상을 시청하는 세계에 몰입돼 있었는데 그나마 소속감을 느낀 커뮤니티에서도 모욕죄로 고소 당하며 과거 소년원 시절 사회로부터 격리됐던 기억이 떠올라 걱정과 불안으로 심한 압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조씨는 살인 등 외에도 지난해 12월27일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하면서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돼 모욕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비합리적 범행 동기를 가지고 자신과 관련 없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계획적 공개 범죄를 저질렀고, 뒤이은 모방 범죄와 살인 예고 글 폭증으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일으켰다”며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