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지나갔다면서…‘뒤끝 비’ 계속, 왜?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11일 15시 32분


태풍 ‘카눈’ 오전 6시 북한서 열대저압부로 약화
약화 이후에도 수도권 등 비 이어져…최대 60㎜
“태풍 동반 비구름대가 이동 않고 남아있는 탓”

6호 태풍 카눈이 11일 북한 평양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가운데, 여전히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구름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는 태풍이 이동이 아닌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이날 오전 6시 평양 남동쪽 약 8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전날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 부근 육상에 상륙한 지 약 21시간 만이다.

하지만 태풍의 여파로 중부지방엔 여전히 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오전까지 충북과 전라권, 경북서부, 오후까지 강원도, 밤까지 충남권에 비가 오겠다”며 “수도권은 내일(12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겠다”고 예보했다.

권역별 예상 강수량은 ▲인천, 경기서해안, 경기북부내륙, 서해5도 20~60㎜, 서울·경기남부내륙 5~40㎜ ▲강원영서중·북부 5~40㎜, 강원영서남부, 강원영동중·북부 5㎜ 내외 ▲충남북부 5~40㎜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우리나라는 대체로 쾌청한 날씨를 보여왔다. 태풍이 비구름대를 동반한 채 인근 해상 또는 내륙을 따라 빠져나가서다.

실제 지난해 2440억원의 재산 피해와 12명의 인명 피해를 안긴 11호 태풍 ‘힌남노’는 9월6일 당시 포항에만 342.4㎜의 비를 뿌렸다. 하지만 힌남노가 포항을 빠져나간 뒤 이튿날인 7일 전국은 맑은 날씨를 보였다.

이는 당시 힌남노가 중심기압 960~980hPa(헥토파스칼), 강도 ‘강’~‘중’의 상태를 유지한 채 포항 동쪽 해상을 따라 북동진해 나간 탓이다.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태풍의 북동진과 함께 해상으로 빠져나가,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맑은 날씨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풍 카눈의 경우, 이날 오전 1시께 북한으로 넘어간 후 인근 해상 또는 내륙으로 넘어가지 못한 채 오전 6시께 평양 남동쪽 약 8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특히 카눈의 태풍 반경은 약 200㎞에 달했기 때문에, 태풍 반경 안에 든 중부지방은 비구름대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의 규모는 상당히 컸기 때문에 태풍 외곽에서 나오는 비구름대가 일시적으로 서울 부근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된 카눈이 그 에너지를 다 쏟아낼 때까지 비를 뿌리거나, 새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에, 우리나라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태풍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께 괌 서쪽 약 730㎞ 해상에 발생한 후 두 번의 방향 전환이 이뤄진 ‘유례없는’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카눈은 괌 부근 해상에서 발생 후 북서진하던 중, 지난 3일께 대만 북동쪽과 일본 오키나와 서쪽 사이의 해상에서 방향을 틀어 동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8일 일본 가고시마 남쪽 해상까지 진출했던 카눈은 다시 방향을 틀어 북서진하며 우리나라로 향했다.

이 같은 두 번의 방향 전환 후 전날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에 상륙한 카눈은 시속 20㎞ 안팎의 속도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렀다.

특히 남해안을 지나던 당시 강도는 ‘강’이었으나, 거제에 상륙 후 ‘중’으로 약화됐다. 이후 전날 오후 6시께 충북 충주를 지나며 재차 강도가 약화됐다.

9일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강원 고성에는 402.8㎜의 ‘폭우’가 내렸다. 이 외에도 ▲경남 양산 350.0㎜ ▲경북 경주 318.0㎜ ▲울산 305.0㎜ ▲전북 남원 275.0㎜ ▲부산 263.5㎜ 등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시설 피해 건수는 37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일시 대피한 인원은 1만6000명에 육박하며, 이 중 4000여 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태풍 피해 집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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