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여 대원들이 모두 떠난 후 텅 빈 야영장을 바라보던 인근 주민은 기자에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내 여의도 면적 3배 부지에 설치됐던 2만5000여 개의 알록달록한 텐트는 8일 태풍 ‘카눈’ 북상으로 대원들이 조기 철수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부 자재만 벌판에 덩그러니 남았다.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콩그레스센터에서 “새만금 코리아”라는 발표와 함께 관계자들이 환호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전북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도민들의 장밋빛 기대는 잿빛으로 변했다.
전북 도민들은 잼버리 유치를 누구보다 열렬하게 환영하고 공들여 준비했다. 그만큼 실망과 아쉬움도 컸다. 한 주민은 “새만금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만 바라며 앞장서 화장실과 샤워장을 청소했는데 미안하고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자화자찬성 평가도 나온다. 또 정치권에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낮뜨거운 공방이 한창이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포함된 정부와 지자체 간에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한 부안군 주민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고 다들 남탓만 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모두 변명하며 빠져나가고 나면 잼버리 대원들의 고생과 주민들의 상실감, 추락한 국격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지금 필요한 건 국민 감정을 달래기 위한 희생양이 아니다. 조직위원회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전북도, 부안군 등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물어야 제2의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시작될 감사원 감사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부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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