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고 놀란 보행자, 부딪히진 않았지만 다쳐…운전자 유죄 선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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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14일 11시 05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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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직접 충돌하진 않았지만, 차를 보고 놀란 넘어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정덕수 구광현 최태영)는 뺑소니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을 받는 A 씨(41)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사고 이후 피해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제한 속도를 초과해 운전했거나 피해자 앞에서 급제동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고, 제동한 지점은 피해자의 뒷걸음질 시작 지점과 약 2m 내외의 거리를 두고 있다”며 “전방과 좌우를 잘 살펴 횡단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유지했다.

다만 추가 공소사실인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A 씨가 교통으로 인해 B 씨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된다”며 “B 씨가 A 씨의 차량을 피하다가 상해를 입었던 점, A 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에서 B 씨와 말다툼 후 그대로 운전해 간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5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중구의 한 도로에서 후행하던 중 무단횡단하려는 B 씨(53)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도로는 시장통으로 1차로와 3차로에 다른 차량들이 주차돼 복잡한 상황이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주차된 차량 사이에 있던 B 씨는 차 한 대를 보낸 뒤 무단횡단하려고 했다가 후행하려던 A 씨의 차량과 마주쳤다. A 씨의 차량을 보고 놀란 B 씨는 뒷걸음질하다 오른쪽 팔뚝뼈가 부러져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다. 차량과 물리적 접촉은 없었다.

검찰은 해당 장소가 보행자가 자주 무단횡단을 하는 곳으로, B 씨를 멀리서 발견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상해를 입게 하고 현장을 이탈했다며 뺑소니 혐의로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 씨가 예견해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고 사이에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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