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보호’ 고시 발표]
‘유치원 교원 보호 고시’ 두고 논란
“부모 잘못에 아이 처벌, 학습권 침해”
교육부 “의무교육 아니라 침해 아냐”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에 따르면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면 자녀가 퇴학, 출석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보호자가 교권침해를 했다고 유아의 출석정지나 퇴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학습권 침해는 물론이고 연좌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시에 따르면 유치원 원장은 교육 활동의 범위와 침해 행위의 범위, 처리 절차 등을 담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원장은 고시가 적용되는 다음 달 1일부터 학부모에게 ‘규칙 준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학부모가 규칙을 어기고 교권을 침해하면 원장은 해당 학부모의 자녀에게 출석정지, 퇴학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학부모에게는 부모교육 수강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유치원이 ‘의무 교육 과정’인 특수아동은 퇴학 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날 고시 내용을 접한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와 교사 간 일로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라며 “교권 침해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학생은 교사의 말을 잘 듣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그 부모가 교사에게 갑질이나 악성 민원을 했다고 학생을 퇴학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총은 이번 고시에 대해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연좌제라고 비판했다. 연좌제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 이외에 가족이나 친척까지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초중고 교원 교육활동 보호 고시에 비해 학교장(유치원 원장)에게 위임한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은 교육부가 관할하는 ‘학교’가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이 고시가 적용되지 않는다. 2025년 유보통합 시행 전까지 어린이집 교사들은 영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법 개정을 추진해 어린이집 교사의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사노조가 지난달 전국 유치원 교사 15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를 통한 교권침해’(68%)가 ‘유아에 의한 교권침해’(19%)보다 3배 이상으로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과정은 현행법상 의무교육이 아니다. 퇴학을 당한다고 해서 유아의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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