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남의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나서 “아들이 단약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정재)는 18일 마약류관리에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 전 지사의 장남 남모씨(33)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남씨에게 징역 5년에 치료감호를 명했다.
남 전 지사와 가족들은 장남 남씨의 첫 재판부터 직접 방청해왔다. 이날 재판은 남 전 지사가 아들을 위해 직접 증인석에 섰다.
남 전 지사는 증인석에서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장남 남씨가 창녕경찰서에 마약투약 사실을 자수한 경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남씨는 당시 창녕의 한 국립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며 마약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남씨의 치료를 맡았던 전문의가 남씨에게 자수를 권했고 가족의 설득끝에 남씨는 창녕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이에 대해 남 전 지사는 “자수를 했던 건 스스로의 의지로는 단약을 하기 어렵다는 본인의 판단하에 국가의 도움으로,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단약을 꼭 하겠다는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수 이후 아무런 법적 조치가 없었고, 남씨는 올해 1월부터 의정부의 한 병원에 입원해 단약치료를 받았다.
남 전 지사는 “당시에도 단약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아들은 보호자 동의없이 퇴원 하지 못하는 보호 입원을 스스로 결정해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입원한지 두 달여만인 지난 3월 해당 병원에 법정 감염병이 돌면서 남씨는 퇴원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됐고, 당시 남 전 지사 부부가 해외를 떠나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남씨는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이를 알게 된 남 전 지사의 차남은 112에 직접 형을 신고했다.
남 전 지사는 “자수를 해봐야 법적 처벌을 받지 않으니 망설임 없이 112에 신고를 한 것”이라면서 “당연히 구속영장이 발부될 줄 알았는데 기각됐고 다시 집에 돌아온 아들이 할머니집에서 또 마약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자수하라 했는데, 아들이 ‘아버지가 직접 신고해달라’해 신고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검찰측 심문에서 검찰은 ‘남씨의 단약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검찰측은 남 전 지사에게 “2018년 필로폰 투약으로 항소심에서 판결이 확정됐는데 집행유예가 끝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남씨는 강남구로 홀로 거처를 옮겼다”며 “피고인의 재범을 가족들이 막을 수 없고 피고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남 전 지사는 “강남으로 독립했던 건 당시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생활도 단약을 하는데 중요하다는 의견 때문”이라며 “개인의 의지로 단약할 수 있었다면 자수도 안 하고 신고도 안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기각 후에도 아들이 또 마약을 투약한 건 자포자기 후 빨리 사법부의 처벌을 받고 싶다는 표현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남 전 지사는 마지막 발언에서 “아버지로서 분명히 아들이 반성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사선 변호인 선임 하지 않았고 국선 변호인이 도움주고 있는데 알맞은 처벌을 받겠다는 의지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들의 마약투약 경위들을 보면) 재활 의지가 분명히 있다”며 “아버지로서 다만 구속기간을 너무 길지 않길 바라지만 돌려보내주시면 이후 훌륭한 사회인으로 복귀시켜 이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씨도 최후변론을 통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씨는 “말로써나마 선처를 구하지 않겠다. 부끄러운 자리에 나와있는 가족에게도 그동안 죄송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해 더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방관하듯 끌려다니며 지냈던 제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주어진 죗값을 치르는 동안 반성하며 지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런 저도 자식이라고, 형제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제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가슴깊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을 맺자, 남 전 지사를 비롯한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4일 열린다.
남씨는 2022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경기 용인시와 성남시의 주거지에서 16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남씨는 마약중독 치료 및 재활을 받는 중이었음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지난 3월23일 용인시 기흥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가 남동생의 신고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해 풀려났다.
이후 영장 기각 닷새만에 남씨는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서 재차 마약을 투약했고 역시 가족의 신고로 지난 4월 결국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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