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너클’… 대낮 공원 성폭행범, CCTV 사각지대 골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8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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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한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사전에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를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너클’이라 불리는 금속 둔기를 미리 구매해 범행에 사용했다는 자백도 확보하고 정확한 경위와 동선 등을 수사하고 있다.

● “CCTV 없어 범행 장소로 정했다”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17일 범행 직후 시민들의 신고로 체포된 피의자 최모 씨(30)는 경찰 조사에서 “집과 가까워 (관악산생태공원 인근 등산로를) 운동차 자주 다녔는데 CCTV가 없는 걸 알고 있어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범행 동기에 대해선 “강간을 하고 싶어 범행했다”며 성폭행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최 씨의 성폭력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18일 오후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실제 최 씨가 범행을 저지른 등산로는 관악생태공원 둘레길 진입로에서 도보로 5분가량 떨어진 내리막 경사의 샛길로 인적이 드물었고, 수풀과 나무 등으로 뒤덮여 주변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최 씨의 진술처럼 이곳을 찍고 있는 CCTV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가까운 CCTV는 범행 장소와 도보로 3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방범용이 아닌 산불 감시용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너클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도 인정했다. 경찰이 전날 범행 현장에서 너클 2개를 수거하고 연관성을 추궁하자 최 씨는 “너클을 양손에 착용하고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자백했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금속 둔기로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최 씨 역시 올 4월경 온라인 쇼핑몰에서 너클 2개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원과 맞닿은 금천구 독산동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최 씨는 17일 집에서 나와 1시간여를 걸어 오전 11시 1분경 이 장소에 도착했다. 이어 등산로에서 발견한 30대 여성을 너클로 때린 뒤 성폭행했고, 비명 소리를 들은 시민의 신고로 낮 12시 10분경 경찰에 체포됐다. 머리와 얼굴을 집중적으로 맞은 피해자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등산로 입구 등에 있는 CCTV를 분석해 최 씨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최 씨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도 확인 중이다. 최 씨의 가족은 “(최 씨가)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이후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체포 직후 검사 결과 최 씨는 음주나 마약을 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최 씨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도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 특별치안활동 중 강력사건 또 발생

지난달 21일 신림역 거리에서 조선(33),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최원종(22)이 흉기난동을 벌인 이후 경찰은 전국에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특별치안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또 다시 서울 도심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112 신고 및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공원 및 둘레길 등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대한 순찰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8일 사건 현장을 찾아 인공지능형 CCTV 등으로 감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시내에서 예상 밖의 범죄들이 자꾸 발생하는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 시장은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해 되도록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자치구 CCTV 관제센터와 경찰 간 협업을 강화해 범죄 위험 징후를 신속히 파악할 계획이다.

경찰도 등산로를 산책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산악 지역도 순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악구의 경우 산과 둘레길이 많아 안전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며 “산악순찰대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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