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의심환자 1000명당 12.5명…올해 유행 '기준'比 2.5배↑
"올 가을 백신 접종률에 따라 내년 유행 양상 달라질 수도"
'감기약 품절'에 법령·제도 개선 제언…소아과 대책 지적도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이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내년 여름에도 이어질 수 있다며 감기약 등 의약품 체계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2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코로나19) 방역 정책들이 호흡기 바이러스를 막는 정책이었지만 해제가 되면서 다시 한 번 유행하게 된 게 (독감 유행의) 본질적인 이유”라면서 “올해나 내년까지는 (독감 유행이) 충분히 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독감 환자 급증 원인으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꼽았다. 지난 3년간의 방역 정책으로 개인의 독감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호흡기 내과 교수는 “3년 동안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확진자가 없었다가 한 번에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면서 순차적으로 지금 감염이 다 되는 것”이라면서 “독감이 이례적으로 여름에도 유행이 줄지 않고 있고 가을이 되면 새로운 아종이 나오면 또 한 번 유행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아이들이나 감염이 덜 됐던 분들 중심으로 한 번 면역을 갖게 되면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경로를 밟게 된다. 내년 4월 정도 되면 대부분의 독감 유행은 끝나고 다시 9월에 유행이 된다”고 분석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32주 차(8월6일~12일) 외래 1000명당 독감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12.5명이었다. 32주 차 독감 의심 환자 분율은 직전 주(14.1명)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022~2023년 절기 유행 기준인 4.9명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높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 실시할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사업 결과에 따라 내년 유행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통상 독감 예방 접종은 9월 중순부터 실시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가을에 접종하는 독감 백신이 다음 계절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에 잘 맞는 백신으로 구성이 돼서 접종을 진행한다면 겨울 유행은 오히려 폭이 줄어들고 내년 봄, 여름 유행도 좀 빨리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여름철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소아과 오픈런’부터 감기약 등 의약품 품절 현상까지 의료 현장 곳곳에서 혼선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의약품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엄 교수는 “정부가 의약품의 공급이나 생산 유지 관리와 재고 관리와 관련된 기능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면서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관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법령을 만들거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소아과 대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낮은 수가와 인력난 등 열악한 소아청소년과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의료 정책이 변화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소아과 오픈런’같은 상황 자체가 결국은 소아 진료 체계나 소아과의 위기와도 맞물려져 있다”며 “소아과 진료 또는 필수 의료 영역의 위기는 팬데믹의 문제가 아니라 팬데믹 이후에 어떻게 의료 대응 체계를 잡아가느냐의 문제다. 지금부터 논의해야 하며 근본적인 논의가 없이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의료 정책이 바뀌는 수밖에 없다. 소아과의 가장 큰 문제는 검사가 없다는 것이다. 고가의 검사나 시술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환자만 보는데 환자 수가가 똑같다”면서 “(의료인력이) 비급여를 하는 미용 쪽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이 조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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