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논의 재계위, 단일안 못내
정부의 개혁안 도출도 난항 전망
기금운용 수익률 年 1%P 올려
실현 가능성 놓고 논란의 소지도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백과사전식 ‘개혁안’을 내놓은 채 논의를 마무리했다. 8개월간 20차례 넘게 회의했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에 방점을 둔 연금 개편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현 정부의 주요 과제인 연금 개혁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보험료율 등 조합하면 18개 시나리오
정부가 3월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재 10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매달 소득의 9%씩 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는 재정계산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재정계산위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합의를 보지 못했고 12%, 15%, 18%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각각 제시하기로 했다. 보험료율 인상 폭에 따른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추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련된 3개의 기본 시나리오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재정계산위는 현재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66, 67, 68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에 기금 운용 연평균 수익률을 현재보다 0.5∼1%포인트 상향 조정해 계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이번에 제안된 보험료율이나 수급 개시 연령 개편안 중 상당수는 5년 전 지난 정부의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나 올해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이미 검토했던 수치다. 오히려 전보다 변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조합해 계산하면 연금 개혁 시나리오가 18개가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재정계산위 논의를 토대로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재정계산위가 특정 방안을 권고하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늘어놓는 데 그치면서 정부의 개혁안 도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기금 수익률 1%포인트 상향에 현실성 지적도
재정계산위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기금투자 수익률 제고’를 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재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4.5%로 잡고 장기 재정전망을 하는데, 이를 5∼5.5%로 상향해 계산하면 예상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월 열린 재정계산위 9차 회의에서 “미래 70년 동안 수익률을 일괄적으로 0.5%포인트보다 초과한다고 가정하는 건 확률적으로 낮은 가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재정계산위 보고서에는 현재 만 60세 이전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만 65세 이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60∼64세는 희망자만 보험료를 냈는데, 이제는 납부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출산으로 일을 쉬어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도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둘째 아이 출산 시부터 출산크레디트를 적용받았는데, 첫아이부터 혜택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출산크레디트를 적용받는 기간의 연금보험료는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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