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드라인에선 (혼잡도가 너무 높아) 한 사람이 중심을 잃으면 전부 다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21일 오전 7시 45분경 ‘서울동행버스’ 02번. 자리에 앉은 승객 문희찬 씨(50)는 버스를 체험한 기자에게 “김포공항역으로 가는 새 버스가 생겼다고 해서 타러 왔다”고 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를 위해 서울시가 만든 서울동행버스 02번 노선이 이날 경기 김포시 풍무동(홈플러스 김포풍무점)부터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운행을 시작했다. 버스는 출근시간대 매일 오전 6시 반~8시 20분에 총 12대가 운행한다.
그러나 오전 7시 40분 풍무동을 출발한 버스에 탑승한 승객은 김포공항역에 도착할 때까지 문 씨를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24개 좌석 대부분을 비운 채 운행한 것.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반부터 7시 40분까지 풍무동을 출발한 버스 7대의 승객 수는 평균 7.7명에 불과했다.
동행버스가 지하철 여객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이날도 서울 방향 김포골드라인은 여전히 ‘지옥철’을 연상케 했다. 고촌역 내 김포공항역 방면 승강장에는 출입문마다 10명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
지하철을 체험한 기자는 만차 상태로 진입한 전철을 3대 보내고 나서야 겨우 탑승했다. 어림잡아 200명 이상이 탑승한 객차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몸을 웅크린 시민들은 숨만 겨우 쉬면서 김포공항역까지 이동했다.
시민들은 동행버스의 경우 지하철 환승이 불편한 데다 버스전용중앙차로가 없어 정시도착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 김포에서 강서구로 출퇴근하는 김태훈 씨(32)는 “버스 정류장 위치가 김포공항역에서 다소 멀다”며 “바쁜 아침에 빠르게 환승하기 위해선 ‘지옥철’인 걸 알면서도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포시와 서울시는 올 4월 김포골드라인 승객들의 호흡곤란·실신 사태가 이어지자 김포시내와 김포공항역을 잇는 추가 버스 노선을 만들고, 개화역~김포공항역 간 가변형 버스전용차로를 개통하는 등의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평균 242%에 달하던 김포골드라인의 출근길 혼잡도는 지난달 160~180%로 낮아지긴 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정수진 씨(34)는 “열차를 4, 5번 보내고 타야 했던 게 3번 정도로 나아졌을 뿐 지옥철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 1일 서해선 소사~대곡 구간이 개통한 데 이어 이달 26일 서해선 대곡~일산 구간이 추가 개통하면 김포공항역에서 5개 노선이 환승하게 되면서 혼잡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포신도시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5호선을 서울 강서구 방화역에서 김포 시내로 연장하는 게 근본 대책이란 입장이다. 이 사업은 세부 노선을 두고 김포시와 인천시가 이견을 빚고 있는데 조만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최종 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2033년 김포 콤팩트시티가 조성될 때까지 5호선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김포골드라인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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