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정압관리소, 주민 반대로 증설 무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2일 03시 00분


가스공사가 개최한 사업 설명회
주민들 항의로 30분 만에 파행
안전 문제 없다는 공사 설명에도, 본사 앞서 반대집회 여는 등 반발
일각 “지자체-의회가 협상 나서야”

18일 대구 서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대구열병합발전소 천연가스 공급시설 건설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18일 대구 서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대구열병합발전소 천연가스 공급시설 건설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옆 동네도 싫다는 시설을 하필 왜 우리 지역에 설치해야 합니까.”

18일 오후 7시경 대구 서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3층 대회의실 . 한국가스공사가 서구 주민들을 상대로 연 대구열병합발전소 천연가스 공급시설 건설공사 설명회에선 항의하는 주민들의 고함 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애초 공사 측은 건설 사업의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시작 직후 참석한 주민 100여 명이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파행을 빚었다. 결국 1시간 동안 개최하기로 했던 설명회는 30분 만에 끝났다.

한국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서구 중리 정압관리소 증설 및 천연가스 배관 매립 사업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서구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달서구 성서 열병합발전소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중질유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천연가스를 공급하려면 가스 압력을 낮추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압관리소와 가스 배관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애초 한국가스공사는 성서 열병합발전소와 가까운 달서구 갈산동에 부지를 매입해 정압관리소 신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달서구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랐고 설계상으로도 부지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서구에 있는 기존 중리 정압관리소 시설을 증축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중리 정압관리소에서 성서 열병합발전소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지하에 약 8km 길이의 공급용 가스 배관을 매립하는 계획도 함께 세웠다.

서구 주민들은 안전성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구 지역 곳곳에는 중리 정압관리소 증설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9일 서구 주민들로 구성된 ‘중리 정압관리소 증설 반대추진위원회’는 동구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 정모 씨(68)는 “과거 달서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가 떠오른다. 한번 터지면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 왜 하필 서구에 증축하느냐”고 말했다.

대구 시민단체도 고압가스 배관이 도심 지하를 지나가는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 계획에 따르면 40기압의 고압가스 배관이 도심지를 지나가게 된다”며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의 경우 고압가스 배관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도심지 가스 배관은 2기압 이하로 설계해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은 18일 주민설명회에서 “주기적인 순찰과 점검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중리 정압관리소는 1995년 준공 후 한 차례도 사고가 난 적이 없다”며 “달서구 부지는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등 보안성 등에 문제가 있어 서구에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의회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구의원들은 중리 정압관리소 증축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주민 호응은 아직 크지 않다. 주민 김모 씨(66)는 “주민 한 명도 동의할 수 없는 사업에 대해 서구나 구의회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지자체 등이 주도적으로 공사 측과 협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구 서구 정압관리소#주민 반대#증설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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