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심리상담 공간 ‘마음정원’
방음-집중-안전에 초점 맞춰
상담 효과 높일 수 있게 디자인
올해까지 15곳으로 확대할 예정
17일 서울 동대문구 가족센터 상담실. 귀에는 새소리가 들렸고, 코에는 허브 디퓨저 향이 스쳤다.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가운데 나무 인테리어와 청색 커튼을 보니 눈이 편안해졌다. 이곳에는 서울시가 개발한 상담 공간 디자인 ‘마음정원’이 적용됐다. 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정신건강 상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에 비해 상담 공간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디자인을 개발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이 많다 보니 창고나 탕비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상담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음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선정한 ‘2023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 방음·집중·안전 강화로 상담 효과 커져
마음공간은 △방음 △집중 △안전 등 세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뛰어난 인테리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했다. 천장은 흡음패널, 벽체는 방음 석고로 마감해 상담 내용이 외부로 새어 나갈 여지를 차단했다. 외부인이 창문을 열어도 내담자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측창을 설치했다. 상담실 외부와 접한 공간에는 거울을 보며 상담 뒤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전이공간’을 뒀다.
내담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가상의 창문 ‘미디어 풍경창’도 설치했다. 나무, 숲 등 다섯 가지 풍경 테마 중 하나를 고르면 창문으로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복지시설 특성상 환기가 되는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내담자들은 기존 상담센터보다 안정된 상태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1인가구 상담을 받은 김모 씨(48)는 “기존에 다니던 상담센터에 비해 ‘따뜻한 방’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긴장하지 않고 중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상담을 진행한 서현숙 상담사는 “열악한 곳에서 상담을 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존중받는 기분으로 상담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한트라우마협회는 동대문구 가족센터를 꾸준히 이용하는 30명을 조사했는데 마음정원 디자인이 적용된 후 이용자의 스트레스는 16%, 우울은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내에 15곳으로 확대
마음정원은 3.5평형(약 12㎡)과 5평형(약 17㎡)으로 나뉘는데 부스형이어서 대규모 공사 없이 어디나 설치할 수 있다. 2000만 원 내외로 1∼2주 안에 설치가 가능하다. 현재 동대문구와 구로구 가족센터, 서울시 어르신 상담센터 등 5곳에 설치돼 있다. 시는 연내 8개 자치구 10곳에 추가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2012년 ‘범죄예방디자인’을 시작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을 개발해 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매체에 의존하는 청소년들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식물 디자인 공간 ‘마음풀’도 고안했다. 시 관계자는 “디자인은 단순 미적 개선을 넘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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