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법원 조롱거리로 전락해 참담”…‘김명수 사법부’ 정면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2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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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를 지명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선 “사법부를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말이 나온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훼손된 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고 진보 성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현직 법관 신분으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김 대법원장을 비판해 왔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3000여 명의 법관, 1만 5000여 명의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 “법원 조롱거리로 전락해 참담”

대통령실은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부의 비정상화’가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되돌려놓을 수 있는 인물들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검증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강력한 리더십과 통솔력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바라는 법원 개혁은 신속,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법원 정상화 과정에서 법관 업무가 늘어나면 후배 법관들이 싫은 소리를 할 텐데 이 후보자의 경우 이를 감내하면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 당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김 대법원장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2021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론 보도대로 사법부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며 당시 불거졌던 김 대법원장의 판사 탄핵 관련 거짓말 논란을 공개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민사 재판에 배심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배심제가 기원한 영국도 민사재판에선 배심제를 없앴다”며 “(김 대법원장이) 해외 경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주변에 언급했다고 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62·15기)의 경우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를 고려하면 대법원장이 헌재에서 오는 것은 부담이었다”며 “개혁은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자유 수호에 극단주의는 악(惡) 아냐”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를 두고 정통 보수 성향으로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법관의 공정성과 법원의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전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이 후보자는 대전지방변호사회지(계룡법조)에 기고한 글에서 “(법관은) 적어도 자유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끊임없는 자기 확인을 통해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에 대해선 “법원의 신뢰를 저해한 행동으로 볼 소지가 많다.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조적이다. 민사판례연구회는 양승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여러 전직 대법관이 회원으로 활동한 모임인데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최상위 성적인 몇 명씩만 선택적으로 가입이 허용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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