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베를린, 베니스, 부산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정해진 시기와 장소의 영화관에서 열린다. 그런데 노을이 지는 해변,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25일 전북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 팝업시네마(MOVING Pop-up Cinema)’는 절경의 자연 속에서 영화와 여행, 캠핑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영화제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변산은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극장에 가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과연 영화만을 보는 것일까요?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릴 때 영화는 영화를 넘어서게 되지요. 그런 영화들을 경이로운 자연과 어우러져 본다면 어떨까요? 무빙 팝업시네마는 영화와 자연의 가슴 뭉클함(moving)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
또 자연 속 영화제와 캠핑을 연결하는 시도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무빙팝업시네마에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캠핑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에는 자연과 어울리는 텐트와 타프(그늘막), 테이블, 의자 등의 캠핑 존을 설치해 영화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며 영화인들과 소통하는 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인간성 회복’이라는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가치와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
스노우피크는 14년째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이어온 멤버십 고객이 12만 명인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명품 캠핑 브랜드. 경기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에 호텔 대신 2만 평 규모의 캠핑장을 짓고, 하남에도 캠핑과 카페,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랜드스테이션을 짓는 등 캠핑을 좋아하는 고객들과 직접 접촉할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 봄·가을에 벌이는 고객 페스티벌인 ‘설봉제’를 열고, 고객들을 캠핑장에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캠핑을 하는 ‘스노우피크 웨이’ 이벤트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5월에 강원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한 스노우피크 웨이는 41회까지 이어오는 동안 누적 3000가족,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인데, 코로나 이전에 300만∼400만 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캠핑 인구가 2배 정도 증가했다”며 “국내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자연과 영화, 캠핑’이 어우러지는 무빙팝업시네마는 고객과 함께하는 멋진 커뮤니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에서는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 다섯 편이 3일 동안 스크린을 장식한다. 개막작인 이준익 감독의 ‘변산’과 폐막작인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태양은 없다’ ‘델타보이즈’ 등 5편이 상영된다.
전 집행위원장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무빙’은 지역의 관광과 경제,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트렌드의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변산 해변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집’ 설치 작품 3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부안 무빙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슬지네제빵소, 곰소어간장, 내츄럴팜 오디액, 곰소할매집젓갈, 정관장굿베이스 부안오디 등 지역 특산품을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한다.
김 대표는 “스노우피크도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지방 각지에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지역의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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