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 및 보건·위생 분야에 대한 공공조달의 공적 역할을 확대해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윤상 조달청장(54)은 2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부실 아파트와 수돗물 이물질 때문에 국민의 불안이 크다”며 “조달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건설사업과 보건위생 품목에 대한 평가와 품질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등을 거친 예산·재정 전문가다. 기재부 내에서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 뽑히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반기 주요 과제를 설명해 달라.
“연간 200조 원에 달하는 공공조달 역량을 집중해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원재료 공급 차질은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및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그런 만큼 조달청 차원에서 공급망 위기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비축량을 확대하고 경제안보 품목을 발굴해 비축 방안을 강구하겠다.”
―최근 부실 아파트 논란이 거세다.
“국가계약제도 시범 특례제도를 활용해 문제를 풀겠다. 조달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300억 원 이상 건설 공사에 대해선 기존 가격 및 품질 평가 외에 안전성 평가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경기 시흥시에선 수돗물에 이물질이 나왔다.
“확인해보니 상수도관 피복강관이 문제였다. 조달청과 계약한 관련 기업 대상으로 즉각 품질 점검을 지시했다. 또 수질 위생 분야 19개 품목을 국민안전관리 물자로 추가 지정해 품질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 수질 위생 물자의 하자 보증기간도 1년에서 2, 3년까지 늘릴 방침이다. 안전관리 물자에 대해선 이화학 전문기관 검사를 받게 하겠다. 유해 물질이 나올 경우 거래정지 기간을 일반물자의 2배까지 높일 것이다.”
―취임 후 혁신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달청 차원에서 혁신 제품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용 보조기기는 올해 미국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으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휴대용 엑스레이와 투척형 소화기의 경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참여를 주선해 올 6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그 밖에도 혁신 제품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KOTRA와 함께 8개국에서 4개 제품의 해외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주유엔대표부 및 주미대사관 근무 경험을 살려 연내에 대사급 초청 설명회를 열고 혁신 제품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조달청에서 혁신 제품에 대해 대사급 설명회를 여는 건 처음이다.”
―조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어떻게 지원할 생각인가.
“지금도 기술력과 품질이 검증된 조달 기업에 대해선 해외 진출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해외 조달 전문기관을 지정해 기업의 수출 준비, 시장 개척, 수출 계약 등을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할 방침이다.”
―공정 조달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공조달의 최우선 가치는 공정이다. 불공정 또는 편법 행위에는 엄중 대처하겠다. 신고포상금을 활성화하고 자진 신고를 적극 권장할 생각이다. 또 브로커 개입이 적발되면 나라장터 입찰 참가 자격 등록을 말소하겠다. 공정 조달을 위해 조달관리국을 공정조달국으로 개편하고 심사평가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
―조달행정의 미래를 위한 구상을 알려 달라.
“아직 구상 단계지만 조달행정의 전체적인 인프라(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조달행정은 현재 조달사업법과 국가계약법에 의해 운영되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공공조달정책기본법 같은 기본법이 있어야 한다. 또 조달 분야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조언을 해줄 기구도 필요하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의 경우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