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31일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진단 검사비와 입원 치료비 지원이 줄어들고 확진자에게 주던 생활지원비도 없어진다. 다만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 등 의료기관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현행 유지된다.
정부는 23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4급 감염병 전환 및 2단계 조치 시행(안)’을 확정했다.
건강한 사람에게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 수준으로 위험도가 감소했고 의료대응 역량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은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과 방역 전문가(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원장,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들이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와 브리핑 등을 통해 밝힌 일문일답 형식의 방역 조치다.
-코로나19를 4급으로 낮춘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코로나19에 대한 비상대응을 중단하고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치명률은 7~8월 0.02%, 중증화율은 0.09~0.1%로 유행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건강한 사람들에게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0.03~0.07%·세계보건기구(WHO))으로 떨어졌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앞으로 크고 작은 유행이 반복되더라도 위험도가 감소해 현재의 역량으로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고위험군 보호·지원을 위해 코로나19 위기단계는 현재 ‘경계’를 유지한다.
김남중 교수는 “중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치명률은 0.03% 정도 되고, 중환자실 점유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과거에 비하자면 현재는 대응역량이 충분하다”며 4급 전환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은화 부원장은 “의료 자원과 인프라, 역량은 한정돼있는데 그동안 코로나19에 집중해왔다. 이제 보건체계가 돌봐야 할 결핵, 만성질환 등 다른 질병들에 의료 역량을 재분배할 때”라고 4급 전환의 의미를 설명했다.
-남아있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나.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내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한다. 정부는 방역상황을 지켜보며 권고 전환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면 ‘완전히 안 써도 된다’고 오인할 수 있어 우선 자율착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감염취약시설 방역 조치는 해제됐나.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대상 선제 검사는 유지된다. 강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의료기관 입원환자와 보호자(간병인), 종사자는 필요할 때 선제 검사를 한다. 대면면회는 방역수칙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고 접종력 관계없이 외출·외박을 허용한다.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얼마나 오르나. ▶동네 병·의원에서 유증상자면 누구나 진찰료 5000~6000원만 낸 뒤 검사비는 무료(본인부담 0%)로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을 수 있었는데 4급 전환이 되면 먹는 치료제 대상군(60세 이상, 12세 이상 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이 비용의 50%를 건강보험으로 지원받는다. 먹는 치료제 대상군의 검사비 지원은 위기단계가 주의로 내려갈 때까지 유지된다.
외래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유증상자 전부에게 30~60%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나 앞으로 먹는 치료제 대상군만 지원한다. 먹는 치료제 대상군은 RAT의 본인 부담금이 병원에선 7960원, 의원에선 8810원으로, PCR은 병원에선 2만4480원, 의원에선 2만330원이 들 예정이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환자는 RAT 검사시 2만~5만원, PCR 검사는 6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병원 입원시 코로나19 검사 때도 비용이 드나. ▶응급실·중환자실 환자는 입원할 때 RAT 비용이 무료였지만 앞으로 본인 부담이 50%로 늘어난다. 입원 PCR은 현재 유증상자에게 본인부담 20%, 나머지는 건강보험 지원됐으나 앞으로 먹는 치료제 대상군, 고위험 입원환자, 응급실·중환자실 재원환자에게만 건강보험 지원을 유지한다.
-치료제·치료비 지원도 중단되나. ▶치료제는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의 무상 지원을 유지하고 겨울 유행에 대비해 먹는 치료제를 추가 구매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건강보험 등재를 추진하는데, 그 전까지는 무상으로 지원된다. 먹는 치료제 처방 기관은 그동안의 호흡기환자진료센터 중심으로 별도 지정된다.
고액의 치료비가 들어가는 중증 환자의 입원 치료비 중 일부는 올해 말까지 지원한다. 일반 환자의 입원 치료비 지원은 중단된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와 종사자수 30인 미만 기업에 각각 지원되던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는 끊긴다.
-국민 입장에서는 지원 축소로 인해 검사 회피나 부담이 가중될텐데. 정부 입장은. ▶우선 코로나19가 4급이어도 확진자의 5일 격리 권고는 유지된다. 정부는 자율방역 기조 하에 일일 확진자 수 집계와 관리보다 고위험군 보호 중심으로 방역전략 목표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일일 확진자 수 집계를 이미 중단했고 일반의료체계에서 관리하고 있다.
-추가 방역 완화 조치는 언제 이뤄지나. ▶앞으로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주의’로 내려갈 때 검사비 지원을 더 줄이고 선별진료소 운영을 종료하는 등 추가 조치가 있을 예정이다. 유행 상황을 더 지켜보며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보건복지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질병관리청) 대응체계도 위기단계가 주의로 내려갈 때까지 유지한다. 이후 중수본을 해체해 방대본이 전담하는 체계가 된다.
-앞으로 코로나19 유행 양상은 어떤가. ▶정재훈 교수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이 1년에 2번 정도의 유행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계절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나타나는 1년에 2번 정도의 유행은 주기성에 가깝다.
주기성 유행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변이종이 우세종이 되는 기간은 5~7개월이다.
두 번째는 백신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획득한 면역도 5개월 정도가 지나가면 감염을 막기엔 부족한 정도로 감소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이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1년에 2번 정도의 유행이 계속해서 올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전체적인 면역 수준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비용도 내야하나. ▶백신 접종은 전 국민 무료 접종을 유지한다. 고위험군 보호를 목적으로 연 1회(면역저하자는 연 2회) 접종한다. 접종 권고 대상은 고위험군이며 현재 유행 변이인 XBB 계열을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XBB.1.5 백신을 신속히 도입해 10월 중 겨울철 대비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
-XBB 계열 백신으로 최근 유행인 EG.5 변이 등을 막을 수 있나. ▶최은화 부원장에 따르면 XBB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EG.5 변이에 대해 충분한 중화항체(바이러스 감염 방어력)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감염이든 백신접종으로 면역을 얻든 시간이 지나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접종은 입원율, 사망률, 중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이번 동절기에 새로 접종하게 될 백신을 꼭 맞는 게 좋다.
-지난 동절기 백신 접종률이 저조했는데 앞으로 독려 방안은. ▶질병청은 백신의 효과성, 안전성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진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고 접종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접종기관을 1만7000여개 정도로 확대 운영한다. 독감 백신접종이 10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동시 접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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