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연기 사태로 투자자 피해를 불러왔던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 직전 다선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에게 ‘특혜성 환매’ 조치를 제공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라임 사태 등을 전면 재검사해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에 대한 특혜성 환매 및 수천억원 규모의 횡령 등을 추가 적발한 것이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라임·옵티머스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전 정권에서 ‘봐주기 의혹’이 불거졌던 이들 펀드 사태에 연루된 전 정권 인사들을 재조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 검사 결과, 라임자산운용을 비롯해 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에서 펀드 돌려막기와 펀드자금 횡령, 투자 관련 금품 수수와 같은 새로운 부정행위 정황을 다수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3개 운용사에 대해서는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등을 적발했으며, 펀드 자금이 투자된 기업(피투자기업)에서의 횡령·배임 혐의 등 다수의 부정한 자금 유용 사례도 발견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라임에 대해서는 펀드 돌려막기와 5개 피투자기업에서의 횡령 혐의를 발견했다.
라임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인 2019년 8~9월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하자 운용사 고유자금 4억5000만원에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을 합쳐 일부 투자자들에게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
라임은 당시 다선 국회의원이었던 인물에게 2억원을 환매해줬으며 모 중앙회는 200억원, 모 상장회사는 50억원을 돌려받았다. 유력인사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만 특혜성 환매를 받으면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전가됐다.
금감원은 임직원의 선(先)인출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는 과정에서 유력인사 환매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 해석이다. 금감원은 관련 행위에 대해 금융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내에서만 들여다봤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인출자가 금융인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범죄적 사실은 아니다”라며 “대주주가 부당한 영향을 행사해서 가져갔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돈을 찾아간 수익자 입장에 대해서는 처벌할 조항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임 직원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함 부원장은 “라임 직원이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수익자들이 인출하게 도왔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의 법 위반이 나올 것”이라며 “이 부분은 일부 확인된 것이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라임이 CB·BW, 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 등에서 약 2000억원의 횡령 혐의도 적발했다. 피투자회사 대표 등은 허위로 서류를 꾸미는 등 방식을 사용해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투자 기업과 라임 사이에서의 관계성을 의심한 금감원은 관련 사안도 파악해 검찰에 넘겼다. 함 부원장은 “라임 관계자와 피투자회사의 관계성을 확보한 것이 있다”며 “사업, 유용에 대해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어 일부에 대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종 용처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의 경우 투자 관련 금품 수수와 피투자기업 관련 횡령 혐의뿐만 아니라 전 임원의 부정거래 공모, 부동산 개발 시행사 지분 취득 자금 제공 정황까지 발견됐다.
한 공공기관의 기금운용본부장 A씨는 지난 2016년 6월 옵티머스 부문 대표 B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이듬해부터 전체 기금의 약 37%에 달하는 106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해당 본부장의 자녀는 옵티머스 부문 대표가 회장을 맡은 회사에서 급여도 수령했다.
2017년 6월 옵티머스의 한 임원 C씨는 부정거래 행위에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부문 대표 D씨가 투자자를 속여 펀드 자금을 모집해왔던 것을 알면서도 펀드 자금을 투자제안서와 달리 투자하도록 운용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D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부문 대표 D씨에 대해선 펀드자금을 투자한 시행사를 통해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부문 대표인 B씨가 필요 인허가를 신속하게 획득할 것을 기대하고 B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 지분 50%를 취득하는 자금 43억3000억원으로 대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또 다른 부문 대표 E씨는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투자된 SPC의 대표이사는 펀드 자금 15억원을 인출해 12억원을 법무법인 변호사에게 송금하며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디스커버리의 경우 연계방식의 펀드 돌려막기와 임직원들의 직무 정보 이용, 펀드 이익 훼손하며 시행사의 이익을 도모한 정황이 포착됐다. 관련자 비리 의혹도 받는다.
디스커버리는 해외 SPC 자금 부족으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또 다른 SPC에 투자된 신규펀드 자금을 이용해 만기 도래 펀드를 상환하고, 쓴 돈을 막기 위해 투자대상을 허위로 기재한 제안서를 이용해 신규 자금을 모집했다.
또한 시행사에 부동산 펀드 자금으로 109억원을 대출한 뒤 약정 이자 일부를 면제하거나 이자지급 기일을 연기해 펀드 이익을 훼손하고 차주 이익을 도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직원 4명은 부동산 대출펀드 운용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개발 인허가 사항을 이용해 4600만원 상당의 사적이익을 취한 것도 적발됐다.
디스커버리 펀드 자금이 투자된 해외 SPC의 자금관리·투자업무 담당자는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간 미국 운영사 펀드가 보유한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6억원 상당을 수취한 배임수재 혐의도 확인됐다. 관리 중이던 SPC 자금 8억원 상당을 임의 인출해 유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투자처가 보유한 제 3자에 대한 대여금 5건(191억원)을 발견해 가교운용사가 채권자 대위를 통해 채무상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펀드자금 유입 사실이 확인된 옵티머스 부동산 신탁 수익권 투자금 55억원도 회수할 계획이다.
디스커버리 SPC 투자 상황에 대해선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 범위를 확인하고 분쟁 조정을 진행한다. 미국 감독당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추가혐의가 발견되면 수사기관 통보 등 필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산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엄단해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사모펀드 투자자 피해 구제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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