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앞둔 청년들 ‘의경 부활’ 기대감…“미봉책” 지적도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4일 16시 47분


"입대 연기해야지" "무조건 간다"
군 전역자들 아쉬움도 "억울해"
실효 지적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총리실 "현 경찰력 업무 조정 우선"

정부가 최근 잇따르는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입대 예정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일고 있다. 다만 군 병역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경 부활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23일) 의경 재도입에 관해 “신속대응팀 경력 인원으로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서 방범순찰대에 가까운 인력으로 4000명 등 대략 7500~8000명 정도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의경 제도는 1982년 군사 정권 시절, 시위 등 급증하는 치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군 병력 부족 등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 때 단계적 폐지가 확정됐고, 지난 5월 의경 마지막 기수(1142기)가 전역하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의경은 폐지되기 전까지 41년간 범죄 예방 활동 등 치안 업무 보조 역할을 수행했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고, 외출도 비교적 자유로워 입대를 앞둔 이들이 선호하는 복무 형태였다.

특히 2010년대부터 의경 처우가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입대 경쟁률이 치솟기도 했다. 마지막 기수인 1142기의 경쟁률은 34.1대1이었다. 한 번 떨어지면 입대를 미뤘다 내년에 재응시하는 ‘의경 재수생’도 심심찮게 등장했다고 한다.

실제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 사이에서는 의경이 새로운 선택지로 나오면 지원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에 사는 20대 초반 김모씨는 “의경은 사회에서 군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좋고, 두발 규제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작업 강도도 훨씬 약하다고 들어서 당연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군대 연기하고 (의경) 지원이 시작되면 바로 들어가야겠다’, ‘무조건 (의경) 간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청년 중에선 의경 지원 기회를 놓친 것에 아쉬워하는 기색도 있다.

20대 중반 박모씨는 “의경 모집이 중단돼 육군으로 입대했는데 전방에 배치돼 휴가도 잘 못 나가고, 코로나19 때 휴가까지 통제됐다”며 “전역하고 나니까 의경을 부활시킨다고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억울하다”고 밝혔다.

최모(24)씨도 “코로나 때 첫 휴가를 150일 만에 나갔다”며 “의경에 갔더라면 적어도 사회에 있으니 휴가를 못 나가더라도 멘탈(정신)은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역 자원 부족과 인권 문제로 석달 전 폐지한 의경 재도입을 시사한 것은 섣부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이 6월 발표한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세 남성 인구는 지난 2015년 37만명에서 2025년 23만명, 2040년에는 14만명까지 감소해 군 규모가 4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미봉책”이라며 “직업 경찰관이 치안을 담당해야지 왜 군(장병)으로 해결하느냐.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지적도 있어서 폐지된 의경을 부활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도 의경 재도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국무총리실은 전날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현재 경찰 인력의 현장배치, 치안활동 최우선 업무 조정 등이 우선으로, 의경 재도입은 ‘추가적 보강이 필요할 시’ 검토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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