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며 ‘현장 치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5년 반 동안 실무를 담당하는 경감 이하 직급 경찰 약 4600명이 경찰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하위직 경찰 퇴직은 치안 공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4일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정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둔 경감 이하 경찰 수는 총 4644명으로 집계됐다. 그만둔 경감 이하 경찰은 2018년 680명이었지만 지난해 942명으로 4년 만에 38.5% 늘었다. 올해도 7월 말까지 592명이 경찰을 떠났다.
이들은 주로 경찰 조직의 수직적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등을 이유로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간 순경으로 일하다 최근 퇴직한 A 씨는 “30년 뒤 월급과 계급 등을 계산해 보니 내 손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퇴직 이유를 밝혔다. 경감으로 일하다 현재 한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B 씨는 “경찰은 자율성이 떨어지는 조직인 데다 지방 순환 근무를 해야 하는 게 힘들어 떠나는 주변 동료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중요시하는 2030 경찰들의 퇴직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8년 125명이었던 2030 경찰 퇴직자 수는 지난해 201명이었다. 올 7월까지 퇴직한 2030 경찰은 216명으로 전체 퇴직자(592명)의 40%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하위직 경찰의 퇴직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현장 순찰 공백이 커지면서 강력범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유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안팎에선 지구대 파출소 등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을 ‘단순 인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현장 치안 인력에 대해 인사 평가 등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 주면서 직업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에 오래 근무한 경찰에게 보직 선택 우선권을 주는 등의 유인책을 통해 젊은 하위직 경찰을 붙잡아야 한다”며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연수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계발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하는 젊은 경찰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 비하면 젊은 직원 이탈이 적은 수준”이라면서도 “퇴직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고,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는 등 젊은 직원들의 편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선 정부가 재도입을 검토 중인 의무경찰 복무 제도가 내년 상반기(1∼6월) 다시 시행되면 경찰 현장 인력 부족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