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 개선 않고 숫자만 늘려
불법체류자 양산 등 우려 커져
노동계 “처우개선안 우선 마련을”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년에 역대 최대인 12만 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를 국내에 입국시켜 고용하기로 하면서 이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불법 체류자 증가 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당초 올해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 규모는 11만 명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미스매칭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연간 5만∼6만 명 규모였던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늘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해 올해 1만 명을 추가로 늘리고, 내년에는 12만 명 이상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는 “외국 인력 활용이 원활해질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노동계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숫자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논평을 통해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매우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지역 이동의 자유도 제한하는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3년 내 최대 3번 사업장을 옮길 수 있지만 사용자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 체불이 발생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로 인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폭력 등에 시달려도 직장을 옮기지 못한다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비(非)전문 외국인 근로자 유입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불법 체류자가 덩달아 증가하는 문제도 우려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은 42만8834명으로 1년 전보다 8.5%(3만3766명) 늘었다. 이 가운데 올해 1∼7월 새로 불법 체류자가 된 외국인 1만5674명 가운데 E-9 비자로 입국한 사람이 6378명(40.7%)으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작업 현장에 배치되는 일이 많아 산업재해에 노출되는 위험도 더 큰 편이다. 이달 9일 경기 안성시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형제가 매몰 사고로 한꺼번에 사망했다. 민노총은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내국인 노동자의 약 세 배”라며 “이주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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