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과거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가 삭제했던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 관련 웹툰을 최근 다시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권이 바뀐 뒤 ‘백선엽 띄우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육사는 지난달 말 홈페이지에 백선엽 장군을 전쟁 영웅으로 표현한 웹툰인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웹툰을 게재했다.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이 웹툰은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30회에 걸쳐 육사 홈페이지에 연재됐다. 그러다 육사는 2018년 2월 돌연 홈페이지에서 웹툰을 삭제했다.
이에 군이 육군의 역사를 재정의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문 정부가 국군의 시초를 독립군·광복군으로 설정하는 역사관을 내세우면서 친일 행각이 부각됐던 백 장군을 기리는 웹툰이 부담됐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웹툰은 백 장군을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표현하며 친일 행적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던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근무한 전력으로 인해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전 정부의 국방부와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백 장군을 포함해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행적 장성들의 안장 현황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했다.
2018년 당시 육사는 웹툰을 삭제한 것에 대해 ‘후속하는 다른 웹툰을 게재해야 하는데 홈페이지 구성과 배치 서버 용량 등의 문제가 있어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7월5일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 장관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으며, 같은 날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통합 추모식도 거행됐다.
또 지난달 25일 보훈부는 현충원의 친일 행위 문구가 법적 근거가 없고 유족 등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지난달 24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에 적혀 있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장이 지워졌다.
육사 홈페이지에 백 장군의 웹툰이 게재된 것은 현충원에서 친일 기록이 삭제된 바로 다음날이다.
웹툰 재게재와 관련해 육사 관계자는 “2018년 당시 웹툰을 내린 것은 인터넷 서버 용량을 고려, 새로운 작품이 나와서 이전 작품을 순차적으로 내린 것”이었다며 “현재는 서버 용량이 해결되었기에 지난 7월쯤 다시 게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육사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5인의 동상을 교정에서 철거하는 계획을 검토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육사가 독립운동가의 흉상을 치운 자리에 백 장군의 동상을 세우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가중시켰다. 백 장군 동상 설립에 대 대해 국방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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