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고(故) 김혜빈 씨(20)의 빈소가 마련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친구들은 눈물을 훔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 씨는 지난 3일 서현역 인근 인도에서 피의자 최원종(22)이 몰고 돌진한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아오다 전날 오후 9시 52분경 끝내 숨졌다.
이날 빈소는 김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김 씨의 친구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던 성격 좋은 친구였다. 늘 밝던 친구가 사건 피해자로 사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흐느꼈다. 또 다른 친구도 “혜빈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며 “꿈이 많은 친구였는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당시 사고 소식을 접한 친구들은 즉시 김 씨가 치료받았던 아주대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족도 10분 정도만 면회가 가능했기에 친구로서 병문안을 갔어도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해 병원 로비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서현동이 지역구인 이기인 경기도의원(국민의힘)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미대생 혜빈이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본인이 의지했던 사람들처럼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길 바랐던 바른 학생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생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고비가 있을 때마다 좋은 어른들이 있어 준 것이 감사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적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김 씨의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며 “유가족들은 더 이상 혜빈이가 익명으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들어 이렇게 혜빈이의 빈소에서 알린다”고 전했다.
유족은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준 외동딸이었다. 밝고 장난기가 많았다. 책임감도 강했다”고 김 씨를 떠올리며 김 씨의 이름과 영정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허락했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경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한 뒤 차에서 내려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그의 범행으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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