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만 돌려도 “시끄럽다” 항의… 일상생활 어떻게 하나[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0일 10시 00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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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 특징 중 하나가 서로 주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 쪽은 “시끄러워 못살겠다”는데 한 쪽은 “이 정도 생활 소음도 못 내느냐”는 것입니다. 일단 갈등이 터지면 감정으로 번지기 쉽기 때문에 이후로는 말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제3자가 입증할 소음 측정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소음 측정기 설치 후에도 문제입니다. 위치도 정확히 측정하기 쉽지 않은데다 측정 결과를 두고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당사자끼리 무작정 싸우기만 하기보다는 전문기관 등에 의뢰해 소음측정을 한 뒤 후속 대책을 찾아보는 것도 해결방법이 될 수는 있다고 조언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낮에 청소기 돌려도 항의… ‘규약대로 하겠다’니 ‘나이도 어린 게 대든다’고 호통

서울 성북구 D아파트 1101호에 올해 2월 이사온 40대 여성입니다. 신축한 지 2년이 채 안된 새 아파트입니다. 남편과 초등학교 6학년 아이 세 식구입니다.

이사 온 다음날 아침 8시에 아래층인 1001호에 아저씨가 올라오셨습니다. 다짜고짜 “새로 이사 온 모양인데 너무 시끄럽다. 앞으로 주의하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이사하는 첫 날은 좀 시끄러울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이사 한 바로 다음날 소음 때문에 올라오는 사람도 있나, 특이하다 싶었습니다. 시끄러웠던 건 사실이라 “밤 10시 이후부터는 조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앞으로 낮에도 까치발로 걸어 다니든가 아니면 슬리퍼를 신고 다니라”고 위협적인 말투로 지시 아닌 지시를 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너무 고압적인 태도라 기분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안 신고는 사생활이고 아파트 관리규약이 있으니 우린 규약대로 살겠다”고 대답하고 현관문을 닫으려고 했습니다. 1001호 아저씨는 발로 현관문을 막고 닫지 못하게 하면서 “어디서 어른이 말하는데 애들이 대들어! 나보다 나이도 어리겠구만” 이라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편 나이가 53세이고 저는 44세 이거든요. ‘애들’이라는 말 들을 나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서로 언성이 높아졌고, 이웃집에서 경비실에 신고해 경비실장까지 올라왔습니다. 경비실장에게 “어제 이사 온 집에 이러시면 되겠냐”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앞으로 계속 싸우자”고 히면서 화를 내면서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이후 한달 뒤 오후 6시 30분쯤에 경비실에서 “뭘 하고 계시냐”면서 시끄럽다는 항의 인터폰이 왔다고 했습니다. 청소기 돌린다고 했더니 아래층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고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이후로도 우리 집 일상 생활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려고 들더니 최근에 경비실에 소음조정 신청까지 했습니다.

유난히 시끄러운 집이라면 억울하지나 않겠지만 남편은 출장이 많아서 집에 있는 날이 한 달에 열흘이 안됩니다. 하나 있는 아이도 초등학교 6학년인데 말을 알아들을 나이라 집안에서 뛰거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 텃세를 부리는건지 아래층 아저씨가 왜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아파트는 신축한 지 2년이 안돼 아직 하자보수 중입니다. 아마도 다른 층에서 공사를 하거나 옆집에서 못 박는 소리까지 저희 집이라고 몰아붙이고 괴롭히기로 작정한 듯 합니다.

아래층 아저씨가 상담조정을 신청했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말과 행동, 표정으로 덤벼들어 차라리 제3자가 조정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걱정스런 부분은 위층의 소음측정을 위해 아래층 천장에 측정기를 달아야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1001호 내의 소음이 측정기에 전달 될 수도 있고 또는 일부러 측정기 옆에서 소음을 일으킨다면 우리 소음으로 모두 측정될까 우려됩니다. 소음측정기를 우리 집 적당한 곳에 설치를 하거나 아랫집과 동시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층간소음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우리도 번번히 일상 생활까지 제약 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소음은 아파트 관리규약에도 정해진 기준 보다 약한 일상생활과 가사활동에 따른 소리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1001호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많아지면서 서로 싸우다가 자체적으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소음의 발생 위치, 소음 기준 초과 여부를 알기 위해 소음측정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소음측정을 한다고 해도 정확하게 소음의 발생 위치나 발생원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음 기준의 초과 여부에 따라 소송 등 또다른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합니다.

아랫집에서 소음조정 신청을 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와 함께 아랫집의 가장 피해가 심한 장소와 시간대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소음피해가 심한 장소에는 매트를 설치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합니다. 매트를 설치 뒤에는 반드시 사진 등으로 아랫집에 확인시켜 주는 게 좋습니다. 피해가 심하다고 주장하는 시간대에는 더욱 주의를 해야합니다.

매트를 까는 등 조심하는데도 계속 시끄럽다는 항의가 들어온다면 아파트 자체의 문제일 수도있습니다. 신축한 지 2년 정도이므로 시공사를 상대로 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제 아파트 층간소음의 심각성으로 인해 시공사에게 피해배상을 받은 사례가 있고, 현재도 진행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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